곱게 키운 아이들 시집 보내기 (?)
YMCA 아기스포츠단에 윈도우팜을 설치하고 난 뒤 반응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교실 한군데에 더 설치해달라고 하셔서 참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더 감사한 것은 이번에 설치하게 된 반의 담임 선생님이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것저것 많이 물어 보시고 답하게 되었다. 그분의 모습은 뭐랄까, 어른이지만 아이와 같은 밝고 솔직함이 느껴지는 분이다.
지난번 대규모(?)로 설치할 때 어찌 필요한 것을 알고 커피 포트, 정수기, 각종 차까지 한 쟁반 준비해다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했더니, 바로 겸손하게 "원장님께서 필요한 것 미리 좀 챙겨다 드리는게 어떠세요?" 라고 하셨단다. 그분이 집에도 화분을 몇개 키우고 싶다면서 부탁을 몇번이나 하셨는데 딱히 머리에 떠 오르는 그림이 없어 생각만 하다가 오늘 준비해서 보내 드렸다.
집안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하여 화분을 선택하고 식물을 심어 보내야 하는데, 그런 질문을 하기도 부담스럽고 해서 아이스럽지만 어느 곳에서나 환한 분위기를 줄 것 같은 사랑스런 화분을 사다가, 그동안 어느 정도 튼실하게 키운 식물들을 옮겨 심었다. 공기 정화에 좋아 어느 집에서나 환영받는 산세베리아 (sanseveria), 연보라의 꽃이 피며 향이 좋은 라벤더 (lavender), 그리고 장미를 닮아 장미 허브라고도 불리우는 고상한 향의 빅스 플랜트 (vicks plant) 가 그분의 집을 행복하게 해 줄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생명의 귀함을 알고 절대로 말라 죽이는 일이 없어 보일 것 같아 기쁘게 보내면서도, 웬지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분 집에서 또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가족들에게 매일 기쁨과 신선함을 줄 수 있으리라 믿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