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Daily Bliss

카페 드림의 윈도우팜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카페 드림의 윈도우팜

디돌 2012. 2. 3. 23:15

재능 기부를 비롯한 몇가지 논의를 위해 어제 카페 드림에서 모임을 가졌다. 공사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는지라, 그렇게 다시 모이니 다들 진심에서 나오는 호들갑(?)이다.

한참 의기투합하여 대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 온다. 참 반가운 얼굴이다. 농부의 어릴 적 지인으로 최근에 우연히 만난 후, 카페 드림에 대해 잠시 애기를 나누었는데 농부가 없는 줄 알고 그저 슬쩍 다녀가려고 했었나 보다. 참 정이 많고 심성 고운 분인데, 그동안 참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사셨는지 대화가 풍부하다.

어릴 적에는 그저 해맑고 문학에 뛰어난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동안 살아온 삶의 단편들을 쏟아 놓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짠하지길 몇번, 장시간의 대화를 끝내고 일어서는 그분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구, 한번 보듬어 줘야지' 라고 다가가니 기겁을 하신다. 어디서 이런 주책스러움이 나오는지 슬슬 웃음만 나온다. 어랄 적 농부는 누가 악수만 하자 해도 기겁을 하며 도망치던 아이였는데, 요즘엔 온갖종류의 삶에도 꿋꿋하게 견디며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한번 보듬어 주고 싶다'는 마음에 용감해 지는 농부이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덤덤이 들으며 카페 드림을 지키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윈도우팜 아이들이다. 이 모진 55년만의 한파에도 기죽지 않고 잘 자라주어 벌써 조금씩 수확을 한다 하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까지는 민트와 타임만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바질도 본격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겠다. 그래도 밤시간동안 난방없는 곳에서 나자니 힘든지 그동안 시도했던 윈도우팜아이들에 비해서는 성장 속도가 조금 느린듯 하다. 그렇지만 이 매서운 추위에, 이제 한달 보름 정도 된 아이들이 저렇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Bravo' 를 외치고 싶다. 

대화도중 짬짬이 수확을 끝낸 아이들을 디카에 담아 본다. 이제부터 윈도우팜을 배우러 오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문을 열었으니, 그분들을 환하게 웃게 만들 주체도 이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 안산에서 부터 근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그 목적도 정신지체를 가진 분들을 위한 것들부터 학교 아이들을 위한 것까지 참 넓다. 조심스런 목소리로 '수강료'를 물으시는 분들을 대하며, 마음이 안타깝다. 그래서 시원하게 대답한다. 수강료는 '없다' 라고... 

다음주부터 여러가지로 분주해 질텐데, 오늘은 더할 나위없이 평화로운 주말 저녁이다. 며칠전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다는 보도에 새벽까지 잠못들고 수시로 마당을 내다 보았다. 한편으로 눈내리는 풍경이 너무 그리웠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 남쪽지방(?)에 눈이 내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분들이 더 우왕좌왕하는 날이 될까 걱정도 앞섰다. 새벽녘 언제쯤에는 커튼을 살며시 제끼고 내다보니 마당이 허옇다. 혹여 싶어 맨발로 테라스를 지나 문을 열고 마당을 내다 보니 아니다. 실망보다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집안으로 들어 오는 순간 '앗, 나의 실수'를 외치는 농부이다. 정작 도둑이 들면 제일 먼저 숨을 우리 복돼지라는 놈이, 마치 세상에서 제일 용감한 명견인양 마구 짖어댄다. 그래도 보청기를 빼놓고 잠든 할머니가 미동도 하지 않자 급기야 할머니의 몸위로 뛰어 다니며 비상사태인양 난리법석이다. 내심 더 놀고 싶고 간식도 생각난 터에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리라... 농부는 농부대로 집안시끄러워질까 얼른 방으로 숨어 든다. 이때 제일 억울한 사람인 울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깬채 '쉬가 마렵냐'며 '아니'라고 버티는 녀석을 억지로 마당으로 안고 나가신다. 가끔 벌어지는 한밤중 농부의 집 풍경이다. 한참 차가워진 발을 침대 속으로 넣으며 속으로 중얼거리는 노래 가사, '사랑이야, 사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