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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주말, 윈도우팜의 기분내기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주말, 윈도우팜의 기분내기

디돌 2011. 7. 30. 15:52

모처럼 오전부터 집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주말이다. 어제 동네 한바퀴 산책하면서 거둬 온 보물이 워낙 큰 것이어서 집의 배치를 조금 바꾸어 보았다. (그동안 거저 걷어 들인 보물들은 다음에 차츰 소개할까 한다.) 자신의 공간 활용 능력에 '탁월 (outstanding)' 을 외치며 보고 또 보고 있는데, 뭔가가 뒤통수를 계속 두드린다.

거실의 윈도우팜 아이들이 '오늘 물 가는 날입니다. 미루지 말고 지금 해 주시지요. 그리고 기분전환도 좀 어찌 안 될까요? 신선한 물과 더불어 이 여름, 우리에게 조금의 변화라도 시도해 봐 주세요. 레몬밤에 꽃이 피었지만, 그 아이의 연한 보라는 자기들만의 영역에 가둬 두고 있거든요. 오늘 누구에게나 특별한 주말! 우리에게도 토요일의 흥겨움을!!!'

농부의 맘은 금새 싸 해진다. 좀 전에 샤워했는데, 너희들 (총 16 칼럼) 물 갈아 주는 것만해도 조금 과장하면 반나절 일인데, 무어라 '기분 전환'까지? 조금만 움직여도 몸에 땀이 배어 나오는 이 시간을 좀 피하고 해 주면 안될까? 간절한 눈빛으로 그들과 흥정을 하던 농부는 이내 맘이 약해진다. '그래 그까이꺼 지금 해 주자. 시원하게 목을 추이게 해 주는게 이 농부의 일 아닌가?' 라며 물통을 든다.

그렇게 농부는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언제나 그렇듯, 윈도우팜의 물을 갈아 주고 나면 맘이 훨씬 편안해지고 뭔가 큰 일을 해낸 듯하여 기분도 좋아진다. 특히 올해 같은 극한의 날씨에는 그 아이들도 버거울 듯 하다. 처음 설치한 첫주를 제외하곤 보통 2 주에 한번씩 수조의 물을 갈아 주면 되는데,

이런 날씨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교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때마다

좋은 영양액을 함께 공급

해 주면 그 아이들은 더 바랄 게 없다는 표정이다.

손을 닦으며 돌아 서려는데, 언제나 그렇듯 자기의 세를 과시하며 스피어민트가 씩씩 거리며 말한다: '물을 제때 갈아 주셔서 고맙긴 하지만요, 기분 전환도 좀 해 달라니까요" 농부는 순간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 더운 날씨에 그냥 시원하개 쉬면 되지, 기분 전환은 무슨 기분 전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그 아이들의 주장도 조금은 이해할 만하다. 지난번 고추와 피망에 이어 방울 토마토까지 한차례 꽃들이 피었었지만, 그 아이들은 아주 소박하고 작은 꽃들을 피우더니 어느새 열매가 밀고 나왔다. 

한참을 그들을 쳐다보던 농부가 비실비실 웃음을 짓기 시작한다. 몇년 전 동경의 파트너 사무실을 방문했을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구입해서 만들어 두었던 친환경 종이 네크리스가 서랍에 고이 들어 있는 것이 생각나서다. 노르웨이 아니면 스웨덴 제품인데, 레이저 컷으로 디자인한 종이에 특수 도료를 발라서 자신만의 네크리스와 이어링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중에는 나비도 있고 꽃도 있다. 

오래전에 만들어 놓고 다시 꺼내본 적도 없던 작품들을 서랍에서 꺼냈다. 너무 화려한 나비 색깔만 빼면, 참 예쁘다. 먼저, 키가 60cm 넘게 크고 있는 방울 토마토에 나비를 어색하게 걸어 준다. 그리고 너무나도 사랑스런 소국 네크리스를 민트에, 그리고 그 큼지막한 꽃망울이 눈을 사로잡는 것은 타임에 살짝...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름답다. 아직 내 목에 걸어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윈도우팜에 생기를 보탠다. 한껏 우쭐해진 민트에게 물어 본다: "이제 됐니? 더 이상은 요구하지마. 내 능력은 여기까지란다" 그들은 그냥 싱그러운 미소로 답할 뿐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무심했던 농부는 조금 미안해 한다. '"애들아, 이제부터는 너희들의 기분도 챙겨 줄께. 추석때는 송편도 달아 주고, 할로윈에는 호박과 사탕도 안겨 주고, 크리스마스에는... 음, 내 말 알아 듣지? 그때까지 맘에 바람들여서 시들거리지 말고 건강하게 이 여름을 잘 견디어라." 크리스마스라... 한낮의 더위가 뭐 대수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