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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에덴동산? 본문

Who Cares? "We Do Care!"/Our Planet & Healthy Life

아주 작은 에덴동산?

디돌 2012. 5. 6. 23:49

 

 

요즘 마당에 나갈 틈만 있으면 새삼 눈이 커진다. 지난해 초겨울 가지치기 하시는 분들이 너무 지나치게 자르셔서 나무들마다 너무 안스러워 보일뿐만 아니라 도대체 그 정체를 도통 알 수 없었다. 올 초부터 농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목련이 그 고운 자태의 꽃부터 피우고 난 뒤 잎이 무성해 지더니 새로운 놀람거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목련 바로 옆에서 오롯이 겨울을 버틴 나무에 잎이 나기 시작하면서 농부는 말그대로 '긴가민가'하며 몇주를 흥미진진하게 기다린다. 바로 그 아이의 잎사귀가 무화과나무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우리 복돼지가 그 나무 아래에서 쉬를 하는 사이 올려다 보니 매끈한 어린 무화과들이 달려 있지 않은가? 어찌 놀라운지 한참을 쳐다보아도 지겹지가 않다. 마음은 벌써 잘 익은 무화과를 따서 말려도 먹고 요리에도 넣고 한창을 달려 나가고 있다. 여기서 끝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마당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옆에 야자수가 세그루 있다. 그중 가장 큰 놈의 중간쯤에서 돌아가며 뭔가가 삐죽이 나와있다. 며칠 후 들여다 보니 둘러싸여진 잎이 터지더니 옥수수도 아닌 것이 빼곡이 들어찬 야무진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 싶어 찾아보니 이것이 바로 야자수 열매이다. 믿을 수가 없다! 꽤 많은 야자수를 여기저기서 보았지만, 바로 우리집 앞마당에서 그 열매를 보게 되다니... 그 열매들을 슬쩍슬쩍 만져본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야자수에 한껏 행복해 하며 옆을 보자 감나무도 "나 여기 있수!" 한다. 뿐만 아니라 뒷마당으로는 노란 민들레가 곳곳에서 농부를 유혹한다. 민들레로 샐러드를 만들까, 아님 그 유명한 수프를? 호시탐탐 시간이 나길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 도통 얼굴을 대할 수 없었던 진도 엄마와 마당에서 만났다. 신난 농부는 그동안 알아낸 보물들에 대해 말하기 바쁘다. 진도네 마당에도 야자수 열매가 열렸는데 모르고 계셨단다. 중동에서 수년을 살았는데하는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그런 질문은 하찮게 느껴질 뿐이다. 그저 둘이 손바닥이라도 치고 싶은 기분이다. 이런 기쁨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기쁨이다.

 

늦은 밤에도 마당에 살며시 나가보고 싶다. 이른 아침에도 서둘러 살펴 보고 싶다. 도대체 나는 어느 곳에 정착한 것일까? 이 조용한 곳, 아주 작은 곳에 이렇게 놀랍도록 충실한 보물들이 함께 하다니 참 감사할 뿐이다.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충만한 기쁨, 난 아마도 아주아주 작은 에덴 동산에 놓여졌나보다. 그래서인지 주변이 점점 짙은 녹색을 띠자 "혹시 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이밤 농부의 밤기도는 짧고도 명확하다: "농부의 이 작은 에덴에는 선악과가 없게 해주시든지, 이도저도 아님 뱀하고 말을 섞을 일이 생기지 않게 해주소서...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