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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윈도우팜을 찾아 왔다.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윈도우팜을 찾아 왔다.

디돌 2011. 7. 11. 13:44

 

어제 우리집 좁은 거실은 윈도우팜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사진을 찍느라 북적거렸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런 내막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창을 통해 들어 오는 햇볕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사흘동안 내리 쏟아 붓던 빗줄기가 불만이었던 듯 사람과는 달리 햇볕을 열심을 쫓고 있다.

어떤 일은 사전에 치밀히 계획하고 준비해서 행하여 질테고, 또 어떤 일은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않았던 형태로 벌어지곤 한다. 요즘엔 많은 사람들이 전자를 선호하고 그렇게 살아야만 전문가답다고 생각한다. 반면 후자는 그저 좋아서 생각하다 보면 또 그에 맞는 상황이 준비되고 아주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판이 벌어 진다. 어줍잖게 전자의 삶을 살던 농부가 후자의 멋진 경험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YMCA 의 교육에 많은 분들이 참가하셔서 한껏 맘이 즐겁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취하고 싶어 귀를 곧추세우고 있던 지지난 주 뜻하지 않던 전화를 받았다. 배려심이 남다른 YMCA 의 김간사를 통해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이 농부를 찾고 있단다. 여느 농부와 마찬가지로 이 농부도 처음엔 그저 조용히 농사만 짓고 싶다는 생각에 그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우리 김간사님의 '행복이 가득한 집'에 대한 좋은 의견과 이 농부도 남다르게 보았던 기억이 있는 책인지라 고민이 많았다. 

그런 고민과 대화를 통해 어제 우리는 만났다. 택시에서 내리던 정세영 기자님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띵해졌다. 분명히 전화 통화를 할때는 배려심이 남다르고 전문가적인 어투의 조금은 경륜이 있는 분을 생각했는데, 그녀의 첫이미지는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때묻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 그대로 였다. 조심스럽게 알게 된 그녀는 분명 경력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자연스런 실루엣의 옷차림, 그녀는 차라리 대학 캠퍼스 어디에선가 저절로 눈이 가게 만드는 그런 여성이었다. 그다음 인사를 건넨 사진 작가는 순수한 느낌이면서도 자신감이 철철 넘쳐나는 진정한 photographer 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잡은 여성은 매끈하고 아름다운 피부에 현대적인 당당함이 묻어 나는 싱그러운 분이었다. 

오전까지도 의문이 들던 날씨는 우리가 일을 시작하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개였고, 거실의 윈도우팜은 본연의 모습을 한껏 뽐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윈도우팜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녀는 녹음기를 켜 놓은 상태로 컴퓨터에 기록도 함께 해 나갔고 농부는 그녀의 질문에 순한 양같이 답하고 있었다, 때론 경계가 모호하고 이쪽저쪽을 오가며...

그런 우리는 아랑곳않고 두 사람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는 사물을 보는 눈을 가졌고 그녀는 그의 작업을 한층 빛나게 하는 역할을 200 퍼센트 감당해 내고 있었다. 왜 모든 출판사에서 그를 찾는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긴긴 인터뷰를 마치고 모두 함께 작업하며 간간이 보여주는 사진은 농부의 가슴을 뛰게 만들 정도였다.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면서 웬지 아쉬움이 들었다. 꼭 오랜 지기와의 짧은 만남에 마음 한 구석이 저릿저릿해지는 울림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그들은 다시 400 km 넘게 떨어져 있는 서울로 돌아 갔다. 그렇게 먼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준, 그리고 부족한 농부의 어눌한 말을 세세하게 알아듣고 공감해 주던, 자신의 사진이 가져올 느낌을 미리 알고 작업해 주던 그 모든 이들에게 새삼 감사드리고 싶다. 

그들의 마음과 정성으로 지면에 보여질 사랑스런 윈도우팜이 너무너무 기다려진다. 책이 나올 즈음, 아님 적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그들과 다시 조우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