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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드디어 냉장고에 허브를 넣었다!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드디어 냉장고에 허브를 넣었다!

디돌 2010. 12. 27. 12:22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가 아니고, 허브를 냥장고에 넣기까지 조바심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처음 윈도우팜을 이용하여 수확한 허브를 잘 말려 냉장고에 넣어 두는 그 기분은 내게 때 아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11월 중순경부터 제대로 가동된 재활용 PET병에서, 민트와 타임은 아주 잘 자라 주었고 지난 주에는 뿌리가르기를 통하여 민트의 일부는 옮겨 심은 후 다른 곳으로 보냈고, 타임은 세군데에 옮겨 심긴 후 집에서 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옮겨 심기 하면서, 무성한 잎들과 가지를 조금씩 수확하여 말리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생각보다 더디 마르는 허브들 땜에 조금 걱정도 되었다. 이러다 상하는 것은 아닐까, 빠른 방법으로 나도 전자렌지나 드라이기로 말릴까 등 다양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맘을 편히 가지고 자연에 맡겼더니, 허브 고유의 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주 잘 말라 주었다.
25일 외출했다 돌아 와 보니 한잎 한잎 모두 바스락거리며 진한 아로마를 풍긴다.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준비해 두었던 예쁜 유리 용기에 넣고 사진을 몇 컷 찍었다.
평소 선물할 일이 있을 때 마다 감사와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런 선물을 찾지만, 쇼핑을 통해 그런 성과를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것을 번번히 느끼곤 허탈해 했다. 특히 직접 만든 쿠기나 사탕, 특별한 날에 만들어 먹는 빵 등을 손수 포장하여 주는 외국 친구들의 선물을 받을 때면, 나의 선물에 대한 개념은 길을 잃고 만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과 솜씨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위안과 함께, 쇼핑이라도 정성껏 하자는 우스꽝스런 대안이 늘 되풀이 되었다. 한가지 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이런 선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지나친 포장문화이다. 정말 간단한 박스(때론 박스도 불필요!)에 리본, 그리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작은 카드 한장이면 족할 것 같은데, 가끔은 포장을 뜯으면서 속된 말로 이 짓을 왜 하나, 오늘 또 재활용 분리에 애 꽤나 먹겠네 하는 불평이 절러 나온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나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 내가 윈도우팜에서 친환경 수경재배로 직접 키운, 아 내가 키운 것이 아니고 햇빛과 그외 자연이 키워준, 고유의 아로마와 맛을 품고 있는 허브를 양념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기에 넣어 이렇게 목에 예쁜 리본 하나만 두르면 준비 끝이다. 잘 자라 주기를 아침 저녁으로 긴 목 빼고 들여다 본 정성이면 족하지 않은 가 싶다.
여기에다 선물하는 허브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 몇 가지도 메모하여 넣는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혹 이 정도의 부지런도 못 떨까봐 요즘 내 블로그에 허브를 소개할 때마다 열심히 recipes도 올리고 있다.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허브를 내밀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 블로그에 다 있으니 한번 방문해 주세요. 한 번 보시고 다음에 원하는 허브도 미리 귀뜸해 주세요. 아님 직접 한 번 키워 보실래요? 그리고 당신도 다른이에게 정성과 맘이 담긴 선물을 해 보면 어떨까요?"


* 허브에 대한 좀 더 유용한 정보를 차츰 더 올려 나갈 예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