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Daily Bliss

천연 향초에 푹 빠진 농부... 본문

Who Cares? "We Do Care!"/Handmade

천연 향초에 푹 빠진 농부...

디돌 2012. 6. 7. 19:33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따스하면서도 순수한 빛에 한없이 빠져들고 있는 농부이다. 왜 과거의 현인들이 한줄기 빛만을 의지해서 수도의 삶을 살았는지 막연하게나마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다.

 

 

 

지난주말부터 며칠은 농부의 코가 맘껏 사치를 부렸다. 초만 보면 코에 갖다대는 분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말을 듣고 농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츰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시중의 알록달록한 초들은 아주 강한 향을 품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으례 초를 보면 향초거니 하고 코에 갖다 댄다는 일리있는 설명이다. 특히 젊은 분들은 초의 진정한 역할보다는 분위기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에 농부의 고집도 한풀 꺽였다.

 

사실 농부 자신도 얼마나 향을 사랑하는지, 한동안 그 향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밀랍을 한켠에 슬쩍 밀어두고 천연 향초에 손을 댄다. 그저 밀랍만 사랑하기로 했던 맘이 변한 것은 아닌데 조금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파라핀과 인공향에 길들여진 분들에게 천연 향초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면 너무 거창한 시작일까? 그냥 농부도 무수한 향이 그리웠다고만 해도 될 듯하다.

 

그래서 농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미국산 soy wax (100% 콩, 대두 왁스) 를 무려 50 파운드나 구입한다. 약 23kg 정도이다. 집에 있는 10여종의 에센셜 오일도 부족한 듯 하여, 각종 향도 대거 불러 들였다. 그리고 처음 대하는 소이 왁스를 다독이며 새벽을 맞는 날이 그 시작이었다...

 

미리 리서치를 했건만 막상 마주 대하니 이 아이의 물성(물리적 성질)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러하듯 서로 익숙해 지니 참 부드럽고 유순한 물질이다. 그렇게 천연 soy wax 와 친해지고 난 뒤부터는 거리낌없는 향들의 세계가 농부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Ylang Ylang, Sweet Orange, Patchouli 를 블렌딩하여 가장 좋아하는 향을 만든다. 그리고 그 향에 취해 Morning fresh 라고 불러 본다. 또 모기퇴치 향초를 목마르게 외치는 사람들을 위해 Citronella 를 위주로, Peppermint 와 Rosemary 를 블렌딩한다. 그리고 No Mosquito! 라는 흔한 명칭을 붙여 준다. 다음은? 여름을 위한 향을 만든다. Lemongrass, Lavender, Grapefruit 를 블렌딩하고 Pure sunshine 이라는 이름을 빌려 온다. 작업이 길어질수록 작업장으로 쓰는 서재는 농부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향기로운 시간들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렇게 많이 만든 천연 향초들, 그 소중함을 담을 용기는 당연히 재활용이 우선이다. 앙증맞은 디종 머스타드 병,    

각종 잼이 담겼던 사각 병,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스페인산 100 % 재활용병 등이 소독을 거쳐 꽃단장을 한다. 그리고 그 보드랍고 유순한, 자연이 준 각양각색의 향기를 오롯이 담는다. 행복하다...

 

꼭 모래사장에 퍼지고 앉아 장난감 삽과 대야를 움켜지고 끊임없이 노는 아이처럼 농부의 생각도 끝없이 달린다. Rose geranuim, Cypress, Bergamot 을 블렌딩하여 레드 와인 잔에 담고 붉은 리본으로 스템을 묶으니 촛대없이 그대로 식탁에 올려도 한치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가장 만족스런 프로젝트(?) 는 그 모양새가 그리 나설 것 없는 토종 잼병에 신사의 향을 품은 초를 넣고 철사로 둥둥 말아 걸어 만든 일명 Stand Candle 이다. 어디 두어도 손색이 없다. 그 우아한 다른 병들의 초보다도 먼저 사진을 찍게 만드는 기발함이 있다. 식구들을 차례로 불러 모으고 자화자찬을 한다. 그리고 "멋지지, 멋지지!" 를 연발한다.

 

차츰 소중하고 우아하며, 향기롭기까지 한 아이들을 하나씩 소개해 나갈 생각이다. 사진을 통해 함께 그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어 행복하지만, 그 향들은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제 점심 식사 약속에 밀랍초부터 천연 향초까지 한아름 안고 나갔더니 분에 넘치는 감사를 받았다. 드리는 농부의 마음도 벅찼고 받는 그분의 기쁨도 작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부터 영화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받고 돌아 오는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가벼워졌다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거의 무성의한 선물 주고 받기가 부끄럽고, 이제 뭔가 돈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아닌 맘이 가득한 선물을 부고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마저 든다. 그리고 한가지로 귀결되는 단어, 그것은 바로 "감사"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