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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로또, 금잔화 (Calendula) 본문

Who Cares? "We Do Care!"/Handmade

농부의 로또, 금잔화 (Calendula)

디돌 2012. 11. 14. 20:50

농부가 아는 사람중 하나는 매주 로또를 산다. 때론 주중에 사지 못할 경우에는 토요일 마감 시간전에 사기 위해 편의점을 향해 달린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낯설기만 하더니, 요즘엔 농부가 먼저 묻는다: "로또는?"

 

며칠전 농부는 생전 사보지도 않은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 들었다. 이른 아침 길을 가는데 눈이 확 커지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정확한 용어가 떠오르지 않지만, 대충 설명하자면 길거리나 건물 앞에 식물을 잔뜩 심어 놓은 때론 축구공 모양의, 때론 반구 모양의 큰 화분에 식물을 갈아 치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만개한 진환 황금색의 금잔화(calendula)를 뽑아 버리고 농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상용 배추(농부가 붙인 이름으로 겨울철에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를 심고 있다.

 

사실 그 곳을 지날 때마다 금잔화를 탐내곤 했는데, 어쩔 도리가 없음에 거의 사심을 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귀한 금잔화를 대책없이 뽑아 던지고 있다. 동행이 있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꽃 좀 따가도 되냐고 여쭈니 뭘 그런 걸 묻는냐는 식으로 흔쾌히 그러라 하신다. 이게 바로 횡재라는 기분이 들었다. 쭈볏거리는 동행이 문제가 아니다. 바로 길거리에 가방을 내려 놓고 따기 시작한다. 동행도 주섬주섬 함께 꽃을 딴다. 전혀 개의치 않으시던 작업자들분께서 물으신다, 뭐에 쓰냐고.

 

요즘 농부가 정말 목말라 하던 금잔화이다. 최근 샴푸 바, 화장품 등을 만들때 이 아이를 우려낸 용액을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농부에겐 금값으로 느껴진다. 외국 친구들은 홈메이드 비누를 만들어 쓰는 것도 모자라 luxury floral soap 도 선호하는데, 여기에 가장 많이 쓰이는 꽃도 금잔화이다. 말로는 비누에 무슨 꽃잎을 덕지덕지 붙이냐고, 사용할 때 불편하다는 등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귀한 아이가 눈앞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으니, 농부는 흙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

 

그렇게 쇼핑백 가득 따서 담고 다니며 몇번이나 들여다 보니 어찌 즐거웠는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집에 돌아 와서는 옷도 갈아 입지 않고 꽃을 식초물에 살짝 헹구고 말릴 준비를 한다.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그 흥이 사라지지 않는다. 상당히 많아 보여도 말리고 나면 많이 줄어듦을 알기에 또 욕심이 난다. 온 도시를 돌아 다니면 화분 갈이 하는 곳 없나 찾아 보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그러기엔 일상이 너무 분주하다. 마당엔 기존의 두 고양이 lara 와 cathy 외에도 두 마리가 더 늘었다. 그중에서도 러시안 블루 종인 grey 땜에 정신이 다 없다. 조만간 농부의 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을 옮기겠지만, 참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들로 경험없는 농부의 일상을 사정없이 뒤흔들고 있다.

 

게으른 사람이 계획은 많다고 했던가? 집안팍으로 정신이 없어도 농부는 금잔화를 하루에도 몇번씩 뒤적이며 흐뭇해한다. '빨리 마르기만 해라. 토너, 크림, 비누 등 너를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단다. 여름의 부족했던 컨텐츠를 너희들이 풍부하게 해 줄 것 같다.' 농부의 맘을 아는지 아주 좋은 향기와 색을 품으며 잘 마르고 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농부는 사실 엉뚱하게 욕심이 많은가 보다. 이제부터 그 욕심을 하나씩 풀어가 볼까 싶다. 당분간은 금잔화와 관련한 레서피를 많이 올리게 될 것 같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