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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가벼운 목례, 행복이 스멀스멀...

디돌 2023. 11. 4. 13:09

 

(이 구역은 우리 사총사가 점령했다. 오버! 어 그런데 한 놈은 어디에???)

 

오전의 햇살, 특히 이맘때 가을의 햇살은 '삶의 여정에 다양한 소스를 제공하는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운전을 하다 보면 차를 몰고 나서는 순간부터 내면의 새로움을 끄집어내는 마법이 있다. 지난날,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른 새벽까지 이어졌던 순간의 생각들과 고단함도 그 햇살 앞에서는 미처 눈치채기 전에도 사라진 이슬이 된다. 

 

또 그 청명함은 일그러진 몸과 맘도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관대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먼저 미소를 건네게 한다. 그 미소 속엔 '당신의 삶도 응원합니다!'라는 무언의 하이 파이브를 담고 있다. 직접적인 대면이 아니라 나만의 공간인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에게는 무한대의 공감과 애정을 보낼 수도 있다. 

 

운전대만 잡으면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는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운전습관이 유순한 국가로 출장을 다녀온 후에는 도로의 모든 운전자들이 질타의 대상이 되고 만다. 반복되는 나만의 욕설에 지칠 법도 한데 본인은 절대로 지치지 않는 반면 동승자는 신호대기 때마다 문 손잡이를 잡고 부르르 떨며 고민하게 된다. '정말 미치겠네. 그냥 확 내려?..."

 

그런데 그런 사람조차로 완전 무장해제 시키는 햇살이 오늘 아침에도 열일을 한다. 시골 마을의 좁은 길을 펴느라 길은 또다시 공사판이다. 며칠째 잠잠하다 했는데 100m 정도 앞에 거대한 레미콘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이 바쁜 아침에 무슨 일이야. 얼마나 기다려야 되지?' 하는 당황스러움이 드는 순간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레미콘 차량 앞에서 열심히 수신호를 해대는 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조금의 기다림 끝에 나를 향해 지나가라고 온몸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런 그에게 나는 감지덕지한 맘으로 목례를 했다. 그리고 돌아온 그의 더 큰 인사... 차가 그 앞을 지날 때까지 그는 계속 허리를 굽히고 인사한다. 그리고 어정쩡하지만 환한 미소도 함께. 작은 체구에 낯선 얼굴, 그는 아마도 동남아에서 일하러 온 사람인가 보다. 

 

나도 이런저런 이유로 외국에 있으면 현지인들의 조그만 예의와 친절에 마음이 평안해지는 경험을 많이 하곤 했다. 큰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에서 아주 작은 것들, 그들의 세상에서 조차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들 말이다. 공감과 배려의 눈빛, 오늘도 힘내라는 무언의 미소, 그리고 수줍게 내미는 도움의 손길 등이 우리 사람, 로컬이든 외지인이든 모두에게 동일한 마법을 선사한다. 

 

나는 오늘의 도로에서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정 반대의 마음으로 여러 사람 불편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그 좁은 길에 차 한 대가 도로 한복판에서 이쪽을 향해 헤드 라이트를 켠 채 짐을 내리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 짐이 많으면 이쪽으로 뺐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짐을 내리겠지...'  그런데 꼭 이런 상황에선 나의 시계는 빨리 가고 상대방의 시계는 아주 더디 가나보다. 기다리던 사람은 끝내 하이빔을 들었다 놨다 하고... 그쪽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판 벌이려는 태세다...

 

그때는 시골의 칠흑 같은 밤이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은 보석 같은 가을의 햇살아래다... 이 축복의 계절, 시간을 헛되이 할 수없다. 부족한 사람인지라 이런 기회라도 붙잡고 개과천선해야 할 것 같다. 이 가을을 지나 겨울의 짧은 햇살도, 그리고 봄의 그 다양한 햇살로 보양을 삼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너른 마음으로 삶을 살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지치고 어두운 길에서 만난 그 누구에게라도 여유로운 농담 한마디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그런데 끈끈하고 무더운 여름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글쎄다....

 

(나? 나는 매의 눈으로 맞은 편을 지키고 있다,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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