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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창가농부 집의 주말 풍경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창가농부 집의 주말 풍경

디돌 2011. 3. 27. 16:44


YMCA 에 윈도우팜을 장착한지 일주일도 않되었는데 참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심어둔 민트가 걱정이 되어 살피러 갔던 지난 금요일에는 중년의 남성분부터 20대의 여성분들, 그리고 쪽방 공동체 관련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까지 보시는 분들마다 관심을 가지시고 어찌 많은 것들을 물어 보시는지 일일이 대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할 정도였다.

한번 척 보시더니 직접 집에 만들어 보시겟다는 분부터, 인테리어 용도로 물어 보시는 분 등 그 내용도 참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교육과 관련한 문의가 가장 많았는데, 설명을 곁들이다 보니 그 분들의 이해가 점점 빨라져 나중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심리치료까지 얘기가 전개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꼈던 점은 많은 분들이 이런 친 환경적이며 교육적인 내용에 목말라 있었구나 하는 것이었으며, 이렇게 관심을 많이 보일 정도로 이 사회가 이제는 많이 성숙했구나라는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 윈도우팜을 접한때부터 거의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동안 준비하면서 계획한 것들이 하나하나 진행되어 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속도보다는 바른 방향을 보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새삼 맘에 와닿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스스로에게 '천천히, 준비한대로 가자'라는 말로 시작한다. 욕심이 앞서다 보면 길이 아니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가고 보자는 덫에 걸린 적이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그러다 보면 본인조차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 들 수 있음을 알기에 일부러라도 자꾸 속도를 늦춘다. 

속도를 늦춘다해서 게으르겠다는 것은 농부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토요일 오전에 잠시 외출했다 돌아 온 후로는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박스마다 구분해서 쌓아 두었던 물병들을 꺼내 구멍을 뚫고, 페인트 칠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그 사이사이 응석부리는 우리집 복돼지와 뜨개질과 윈도우팜 두 가지 모두 간섭하시고 싶은 울 엄마의 집요함(?)도 교묘히 피해가다 보니 일하는 시간인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리 행복하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일의 중간에 놓인 거실은 오늘 오후까지도 온통 물병들 차지이다. 부지런히 물을 사다 먹고 쌓아 놓은 것 같은데, 이제는 수요에 못따라 갈 정도가 된 것 같다. 어제의 과도한 페인트칠 때문인지 팔목도 우리하고,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목과 코 감기로 몸은 정상이 아닌데, 그래도 자꾸 웃음이 나고 두 애물 단지(?)의 끝없는 요구에도 선선히 응하게 되니 이는 아마도 윈도우팜의 또 다른 매력이지 싶다. 이들이 어느 곳에 놓일지라도 그 주변을 행복하게 해 주리라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어서어서 이 아이들을 세상으로 많이 내 보내서 곳곳에 푸르름과 물소리가 흐르게 하고, 건조한 사람들의 삶 속에 촉촉한 즐거움도 함께 선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자식들은 엄마의 부지런함이 당신이 주장하시는 최선의 청결과는 거리가 있다고 부인하지만, 당신이 부지럼을 떨지 않으면 집안이 엉망이라며 빗자루를 들고 사시는 울 엄마도 온통 물병 투성이인 거실을 물찬 제비처럼 날렵하게 왔다갔다 하시면서 그 '호호' 웃음을 온갖 곳에 날리시니, 거 참 희한한 주일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