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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아이들 교실로 간 윈도우팜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아이들 교실로 간 윈도우팜

디돌 2011. 4. 17. 18:52

매일 글을 써서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처럼 미팅도 많고, 윈도우팜 설치도 할 때는 노트북을 켤 여유도 없이 끙끙거리며 잠자리에 든다. 그렇지만 250명의 예쁜 아이들이 숨쉬고 활동하는 곳에 윈도우팜을 설치하고 나니, 준비하고 설치하느라 파김치가 된 몸은 뒷전이고 소위 하트 모양의 마음에 풍선을 달고 하늘 높이 날아 오르는 듯한 벅찬 즐거움이 나를 지배한다.

지난 3월 22일, YMCA 의 18층에 위치한 Cafe Timor에 처음으로 윈도우팜을 설치한 후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문의로 한참 고무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또 설치를 하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사실 우리는 낯선 것에 대해 상상외로 빨리 적응할 때도 있지만, 재활용이나 친환경에 대한 것은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디나 선구자적인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YMCA 에 설치한 윈도우팜을 유심히 보신 아기 스포츠단 원장님이 교실 7군데에 설치를 의뢰하셨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춰 3개의 물병을 한 칼럼으로 구성하고, 각 교실에 4 칼럼씩 모두 28 칼럼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그 D-day를 지난 수요일로 잡고 쥰비하다 보니 하루 하루가 정말 금쪽 같은 시간들이었다. 

총 들어가는 물병만 해도 84개로, 그동안 집에 쌓아 두었던 물병 박스중 여러개가 소모되는 규모였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인지라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느라 기존에 시도하진 않은 공정도 하나 추가하여 작업을 하였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서 4월 13일 오후 늦게 작업을 시작하였다. 아이들만큼이나 밝고 화사한 웃음을 달고 사시는 원장님은 한마디로 그 일에 꼭 맞는 그런 분이셨다. 암튼 설치와 관련한 몇가지 의견을 주고 받은 후 작업에 들어 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휙휙 지나가더니 결국은 선생님 두분이 우리 때문에 9시까지 계시다가 퇴근하고 우리는 수위 아저씨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하던 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자정 쯤 일을 접고 다음 날을 기약하였다. 

혹 아이들 수업에 방해가 될까 싶어 다음날도 조금 늦게 도착하여 원장님과 의견을 나누다 보니 처음 걱정햇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창문 높이에 비해 칼럼이 짧아 전체적으로 볼 때 뭔가 어색해 보이고 딱 떨어지는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런 걱정을 했지만, 다만, 우리의 생각을 앞세우기 보다는 상대편의 의견을 존중하다 보니 시기를 놓쳣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문제점이 뭔가를 말씀드렸더니 이해가 무척 빠른 분인지라 흔쾌히 우리의 제안을 받아 들이셨다. 즉, 한 칼럼당 물병 하나를 더 연결하면 전체적인 길이가 딱 맞아 떨어지는 구조라는데 동감하신 것이다. 이런 분과 일하는 것도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림이 제대로 나오겠구나 하는 기쁨도 잠시, 아무리 모듈식 시스템이지만 창가에 설치한 윈도우팜을 다시 내려 물병을 하나씩 다시 연결하는 일은 시간이 꽤 드는 작업이었다. 물병 연결은 다시 28개가 추가되어 이제는 112개의 물병이 들어 간다. 눈치 빠른 선생님들은 아예 문단속을 우리에게 맡기시고 일찍 퇴근. 그런 분들이 어찌 고마운지 우리는 그때부터 다시 판을 벌였다. 마음은 이미 저만큼 달려 가고 있는데 현실은 우리 옷자락을 계속 잡아 당기고 있었다. 교실 한군데 설치를 마치고 전원에 연결하려다 보면 콘센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분명 첫번째 교실에는 냉방 시설과 함께 전기 콘센트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이 무슨 비상 사태란 말인가? 일단 식물들에게 물을 공급해야 하는게 최우선이었으므로 우리는 멀티탭과 콘센트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만 익숙치 않은 구조에서 어디 이게 쉬운 일이었겠는가? 만사 제쳐 두고 간신히 전원을 꼽고 나면 다음 교실엔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날 근무하시던 수위 아저씨도 예외없이 일찍 마치고 나가라고 협박이시다. 어쩔수없이 마무리는 다음날 하기로 하고 건물을 나섰다. 

자, 이제 사흘 째 되는 금요일 오후다. 전날 일단 설치를 끝낸 시스템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일만 남았기에 그리 시간이 많이 소모되지 않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작업 도중 잠시 다른 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반가운 지인을 그곳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Y의 총장님과 이사장님, 그리고 모 신문사 기자까지 어찌 관심을 많이 보여주시는지, 질문에 답하다 보니 또 시간은 훌쩍 훌쩍 빠르게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오늘은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부지런히 각 시스템을 점검하는데, 그 바쁜 마음을 알아챘는지 4칼럼당 꼭 말썽을 일으키는 칼럼이 하나 정도 있었다. 물 순환이 여의치 않은 것이었다. 아무리 라인을 어르고 달래도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 답답했는데, 답은 엉뚱한데 있었다. 바로 공기 분배의 문제였던 것이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기분이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쁨 그 자체였다. 주말 오후, 원장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은 또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시려고 부지런히 교실을 나서고 계셨다. 그렇게 주말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스템을 일일이 점검하고 도구를 챙기며 이제 막 물을 흠뻑 먹고 자리 잡은 아이들에게 "Have a nice   weekend    and take care yourself!" 라는 초보 수준의 인사를 남겼다.  

삼일간의 공동작업 (원장님은 그렇게 멋진 표현으로 우리를 기분좋게 해주시는 분이셨다!) 동안 얻어 먹기도 참 많이 얻어 먹었다. 음료는 물론이고 맛있는 군만두며 떡까지, 주는 족족 받아 먹는 내 모습이 나도 이해되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에 너무 감사했다. 그리고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관심이었고, 따스함 그 자체였다. 

두서없이 적다보니 긴 글이 되고 말았다. 얘기는 천천히 차츰 풀어가야 재미있는 것일텐데 오늘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일단 어제 일을 마치고 급하게 찍은 교실 두 군데의 사진을 먼저 올려 본다. 처음엔 모두 똑 같아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각 아이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모두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