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Daily Bliss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닮은 아기천사들 본문

Temporary/Goat Milk Soap (산양유 비누)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닮은 아기천사들

디돌 2018. 9. 13. 15:32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닮은 아기천사들


무지막지한 여름이 슬쩍 자취를 감추는가 했더니 벌써 가을의 대명사인 추석으로 인해 주변이 북적거린다. 덩달아 우리의 공간도 온갖 것들로 넘쳐나고 부지런히 손을 놀려 택배 보낼 것들을 준비하면서 마음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선물에 관한 얘기에 잔뜩 귀를 기울인다. 


일년중 서너번 정도의 선물을 많이 하는 기간에는 기쁨과 더불어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선물을 보내는 사람의 마음이 잘 전달될까하는 것부터 우리는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까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게 펼쳐진다. 그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모든 일들이 하나씩 정리되어 가다 보면 어느새 D-Day 가 코 앞이다. 


선물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제각각이듯, 그들의 요구와 취향도 다양하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어려운 부탁이 ‘알아서 해달라’는 경우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에겐 그런 분들이 대다수이니 매번 제품 선택부터 포장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나 넉넉치  않는 상황에서 더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을 먼저 배려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그 귀한 마음이 더 소중히 전달되게 하고픈 욕심에 마음 앓이를 하곤 한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한, 남이 보면 그럴듯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후배가 있다. 경제학 박사인 남편은 무엇이든 관심을 가진 분야에는 열정이 넘치다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전염시키는 사람이며, 그의 아내는 경제 개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고, 그들의 세 아들은 그 흔한 사교육 하나 없이 홈스쿨링을 거쳐 각자의 삶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그 집안의 문제는 지나치게 남에게 헤프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녀들에겐 꼬박꼬박 대출금 (얘를 들면, 대학 입학금) 을 회수하면서, 다른 주변의 사람들, 특히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곳에는 누구랄 것도 없이 슬쩍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 아내의 지갑엔 늘 만원짜리나 심지어 천원짜리 하나만이 들어 있는 , 그러나 매사 행복한 삶이다. 


그런 그 아내가 가끔은 주뼛거리며 누군가의 얘기를 꺼낼때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쪼잔한 사람은 마음속으로 이미 여러 가능성을 두고 얘기를 듣는다. 지난주부터 그 누군가들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지 못하다가 이번주 월요일에 다시 얘기를 꺼낼때 그 쪼잔한 사람은 이미 결론을 내려 놓은 상황이었다. 어릴때 친 동생같았던 그 멀대같던 경제학 박사,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로운 아내,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고집센 그 아내는 그 없는 현금을 슬쩍 꺼내 놓는다. 


그 두 사람의 어릴적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의 산양유 비누와 그들의 사랑과 같이 순수하게 와닿는 천연 향수를 살포시 담아 보았다. 때론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지만, 때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게 사람의 마음이라고들 한다. 우린 어떻게 그런 상황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의 상황을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살지만, 정작 그 누군가에게는 냉철하게 “말을 해야 알지! 왜 말을 안했니?” 라고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포장 직전의 남의 귀한 선물을 앞에 두고 마음이 짠해 지는 이유는 왜인지 모르는 비오는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