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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아름다운 말, 동반자 companion!

디돌 2022. 2. 27. 14:38

작년 10월경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과 작별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마음 아픈 이별도 있었고 평안한 쉼을 얻음에 감사하는 이별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버지,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인 분들이었습니다. 때론 사람들간의 관계로만 지칭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생명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떠남은 평생을 근엄한 일상으로 채운, 때로는 그렇게 채울 수 밖에 없는 삶을 사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오랫동안 여러가지 육체적 고통과 대면해야 하셨지만 마지막 뵐 때까지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고 사셨습니다. 그저 "그래, 그래..." 가 그분의 언어였지만 그 무뚝뚝함속에서도 눈빛은 더 살아가야 될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이제 그분이 홀가분하게 쉼을 얻고 떠나셨는데 새삼 남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온 몸이 바스라지도록 헌신해온 배우자, 아내가 제 마음을 저리게 만듭니다. 평소 표현력 제로인 성품상 뵐때마다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라는 말씀만 드리고 있었습니다. 수년간 응급실을 드나들거나 입원하실 때를 제외하곤 오로지 한사람이 감내하긴 힘든 여정이었기에 아내분의 몸도 곳곳이 상하고 피폐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당신이 하실 수 있는 때까지 하시겠다며 버티던, 그러나 이미 마디마디 그 고통이 스며든 울퉁불퉁한 손을 보는 순간 그 어떤 말도 도움이 될 수 없음을 알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그 분의 남은 가족과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힘든시기에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없던 분이, 저의 두서없는 수다에 조근조근하게 말씀하시던 중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집니다. 옆의 큰 딸도 그 큰 눈이 빨갛게 되어 갑니다. 큰 사위도 그런 장모님이 너무 안쓰러워 어깨와 팔을 쓰다듬어 드릴뿐입니다.

함께 수십년을 살면 헤어질때 많이 당황스럽고 그립고 외로움이 가장 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서로의 소통과 교감 부족에 대한 원망 아닌 원망이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많이 느낍니다. 결혼생활 26년 동안 암투병하던 그 시기가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는 아내, 딸 셋이 함께 간병했다지만 역시 구부정한 몸으로도 최선을 다해 남편곁을 지켰던 또 한분의 아내, 그리고 이 서글픈 분까지 그들의 기억은 그냥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며 남에게는 잘하고 바르게 사시는 삶이었지만 정작 그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마지막 순간을 지켜 온 배우자에겐 무심하고 대화할 줄 모르는, 그래서 힘든 몸 보다도 마음의 생채기를 깊게 품도록 만든 대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참으로 많습니다. 때론 어느 표현이 가장 적합하고 좋을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또 세상의 잣대로 볼때 참 불편한 단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삶의 여정에 함께하는 소중한 생명들을 동반자/companion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좋아합니다. 내가 홀로 갈 수도 있는 삶에 여러 이유로 함께 걸어가는 그 생명에 대해 그저 내가 원하는 방식의 삶만을 고집할 수 없습니다. 매순간 내가 아닌 나의 동반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도 들여다보고 함께 눈을 들여다 보며 대화하는 그런 소통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들입니다. 그런 순간들에 우리는 삶의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Joie de Vivre!

그 눈물이 베어나오는 순간에도 가벼운 우스개 소리들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남은 분의 말씀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우리도 나이들어 은퇴하면 손잡고 여기저기 여행다니자고 했었지. 근데 막상 그런 시기가 와도 그게 안되더라고. 왜냐면 그전에 그렇게 살아보지 않았으니 절대로 안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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