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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e de Vivre

축복의 날들

디돌 2013. 1. 1. 21:49

                                                       (Originally from www.timeless-gifts.co.uk)

 

송구영신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꽤 평안하다. 갈때만 해도 칼바람에 뺨이 얼얼하더니만, 돌아 오는 길엔 오히려 푸근해진 느낌이다. 새벽 2시가 되어가는데 겁없이 한상 가득 차려놓고 마주 앉으니 제법 새 날을 제대로 환영하는 기분마저 든다. 번잡떨지 않고 그저 있는 것들을 늘어 놓았을 뿐인데도 참 좋다.

 

전날 앞집 영국 아저씨가 들고 온 와인, 그날 함께 먹고 남은 굴, 울 엄마의 스페셜 파래 샐러드, 따뜻한 수프, 버터 듬뿍 바른 빵 등 우연한 조합인데도 농부에겐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레드 와인 잔에 부어 만든 소이왁스 초까지 켜니 세상 참 따뜻해 보인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팽팽해져 있던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그 몇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내려 놓은 느낌이다. 그렇게 내려 놓은 대신 농부의 식욕은 엄청나져 있다. 영국댁(?)이 만든 치즈 무스 케잌까지 거칠게 없다. 그녀가 만든 치즈 캐잌을 맛보고 나면 세상의 다른 치즈 케잌들이 우스워 보인다, 하하하...

 

배를 채우고 나니 평소와는 다르게 또 무릎 꿇고 싶어 진다. 뭔가 거창한 계획이나 소망을 품고 있지 않다. 잠잠히 고개 숙이니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한 농부라는 생각이 든다. 떠나는 이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축복으로만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함께 한 시간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 않을까? 한겨울 처음 대면하던 순간부터 최근의 함께한 날들까지 모든 것이 고맙고 행복이었다.

 

마당 가득 활력을 불어 놓고 있는 우리 냐옹이들도 커다란 축복이다. 너무 번잡스런 놈들이지만 그 아이들이 있어 울 엄마의 웃음소리가 높아져만 간다. 금쪽 같은 막내 아들의 백혈병으로 힘들기만 할 것 같은 생활인데도 항상 감사하는 후배의 모습은 그 반만큼의 짐도 지고 있지 않지만 활화산 같이 끓어 오르던 농부의 급한 성격을 다스리게 만든다. 매일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함께하는 식탁이 소중하다.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부족한 농부의 삶에 질타보다는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있어 세상이 두렵지 않다. 그저 묵묵히 고개 떨구고 있지만, 작은 눈물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인내의 습관을 들이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평가하기 보단 축복만 하고, 많은 물질 보다는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물질을 구하고, 이전 보다 더 창조적으로 자연을 생각하고 사랑하길... 욕심인가 싶게 구하는 것들이 길어만 간다. 부족하니까, 이 나이 되도록 철이 없으니까 별 수 없지 않은가 싶다. 더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또 또 노력하고. 딱 삼세번? 아닌가? 칠전 팔기? 그도 아님 일곱번씩 일흔번??? 그렇게 농부의 새 날은 밝아 간다.

 

축복... 모든 이들에게 땅의 복, 하늘의 복이 늘 함께하는 2013년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