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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우리집 복돼지와 옆집 진도는 외모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다르지만, 또 닮은 점도 있다. 두아이 모두 내성적인지, 가식적인지, 이도저도 아님 정체성(?)의 혼란인지 자기들과 닮은 아이들과 별로 친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사람에 둘러싸여 온갖 어리광을 부리며 살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녀석들의 성품과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인다. 또한 그 아이들의 고유한 성품에 딱딱 들어 맞지 않는 이상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소위 큰(?) 말티스종인 우리 복돼지는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그 아이들의 성품과는 거리가 멀다. 사랑스럽긴 하지만 애교나 사교성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무덤덤하거나 책임감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옆집 진도는 그 유명한 경비견 종인데, 진도 엄마와 농부의 의견은 이 녀석 또한 무늬만 도..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머리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대신, 어떤 말과 행동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훨씬 수월하고 즐겁지 않을까? 그것이 참 서툴었던 농부는 이제사 조금씩 터득해 나가고 있다. 일이 아닌 경우로 이렇게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는 여전하다. 스스로 드는 생각은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샐줄 모른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를 닮아서 그려냐고 물을 필요도 없이 우리 복돼지의 비사교적인 성격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오죽했으면 무리형성을 좋아하는 DNA 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무려 14년 넘게 살아 오면서 단 두 아이에게만 맘을 열었을까? 그런 아이가 요즘 새로운 기회인지, 아님 시련(?)일지 모를 도전에 직면해 있다. ..
우리 복돼지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바로 옆집 진도때문이다. 일종의 오버 브리지를 넘어 제집 드나들듯 하는 진도를 처음엔 적군취급하더니만 조금씩 맘을 열고 있다. 지난주에는 장염으로 병원을 오가며 고생하느라 침입 회수가 뜸해지자, 수시로 마당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눈치였다. 진도의 입장에선 까탈스럽기만한 복돼지가 '가까이 하긴 너무 먼 당신'처럼 조심스럽다. 어제 오후 모처럼 복돼지를 옆에 끼고 있는데, 갑자기 뭔가 할일이 있는 사람처럼 벌떡 일어 나더니 마당에 가잔다. 아직 일 볼 시간도 아닌데 의사를 몇번이나 확인해도 맞단다. 바람도 없이 따사로운 마당에 나서니 멀리 진도 엄마가 테라스에 얼굴을 내밀더니 진도를 부른다. '진도! 복돼지 나왔다!' 순간 그 거대하지만 귀엽기만한 진도가 뛰어 나온다. 사..
울 엄마는 서양인의 모습을 한 사람은 모두 '미국인' 이다. 그래서 옆집에 이사온 '영국인'을 처음 보신 날도 농부에게 '미국사람이 이사왔다' 라고 하셨다. 번번이 당하면서도 농부는 '미국사람'이 이사온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 한밤중에 서로의 마당에서 소리치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영국 맨체스터' 출신이다... 각자의 마당을 사용하지만 서로 통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울 엄마의 신경이 날카롭다. 이유는 바로 크고 검은 도베르만종인 '진도' 때문이다. 부인이 한국인이다 보니 아이 이름을 '진도'라고 지었단다. 그 녀석은 10살 반으로 도베르만 특유의 날렵함과 용맹함보다는, 오히려 유쾌하고 다정함을 갖춘 아이다. 남편과는 한밤중에 통성명을 했지만, 부인과는 그래도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인사를 나누었다..
약 50일간 집에 소홀했더니 모두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다. 농부는 우울증을 걱정하기 전에, 심한 감기 몸살에 이틀간 꼼짝을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침실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22일 새벽까지 정리되지 않는 현장에서 꼼지락대고, 집에 와서는 몇가지 준비해서 보내다 보니 아침이었다. 정말 조용히 준비해서 차분히 사람들을 맞게 해주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바람과는 정반대로 개소식이라는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이런저런 잔신경이 더 많이 쓰인게 사실이다. 제 몸도 못가눌 정도의 모습으로 인사를 나누기도 뭐하고, 뒤에서 조용히 받쳐 주는 게 임무라 생각하는 지라 농부는 정작 맘 편하게(?) 몸져 누울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수고로 행사가 잘 치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늘까지도 쉬지..
집은 여전히 엉망인데 오늘은 아침부터 더이상 손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 그래서 그저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갖기로 한다. 눈부시게 밝고 고요한 오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웬지 사치스럽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그동안 주변에서 진행되는 거대한 공사장들 덕분에 새벽부터 소음으로 잠을 깨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고요한 아침이 정말 고맙다. 거기에 금상첨화로 문을 열면 새들까지 아침의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한참을 그렇게 넋을 놓다 문득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주방 정리후 시장을 보겠다는 욕심에 뭔가 해먹을 거리가 없다. 그래서 근 일주일 넘게 닭튀김부터 짜파게티까지 그동안 금기시했던 온갖 인스턴트를 먹었더니 온 몸이 아우성이다. 플랫 슈즈를 신고 사람사는(?) ..
늘 바래왔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받고(?) 나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온 손은 페인트로 범벅이 되었지만 다음주엔 정말 멋진 공간을 갖게 될 듯하다. 엄청난 페인트칠을 포함한 노동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지만, 지금 농부의 기분은 천사라도 만난 기분이다. 아무리 기분좋은 노동이라도 집에 돌아 올 땐, 겨우 서있을 힘과 우리 복돼지를 안고 빙빙 돌아 줄 힘 정도만 남겨둔 상태이다.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하루 24시간중 거의 15 시간을 잠으로 때우는 우리 잠퉁이가 눈을 겨우 뜨고 나를 반긴다. 그리곤 쏜살같이 자기 침대가 아닌 농부의 침대로 뛰어 오른다. 그리고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농부의 침대에서 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하루 동안 현관에서 기다린 충실한 자신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말이다. 그..
할머니의 말씀대로 어려서 부터 혼자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어리광이 말이 아니다. 그 어느 것에도 자신만만하던 놈이 요즘은 윈도우팜이라는 경쟁자 땜에 맴이 맴이 아니다. 윈도우팜 아이들도 매일 사랑을 주고 잘 보살펴야 되기때문이라고 그렇게 설명을 해도 이해가 안되는 우리 복돼지이다. 정말 어느 구석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가도, 농부가 윈도우팜을 살피기 시작하면 총알같이 달려와 훼방을 놓는다. 자기가 어찌할 수 없는 높이에 달려 있으니 해코지는 못하고 성마르게 농부를 괴롭힌다. 일전에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받던 화분들은 슬쩍슬쩍 돌며 꽃가지를 꺽어 놓곤 하더니, 윈도우팜엔 그럴 수 없으니 속이 타나 보다. 그 아이들보다는 자기와 좀 놀아 달라고 보채는 복돼지에게 설명을 해도 안되면, 농부는 일부러 으름장을 ..
참 사람의 마음이 묘하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무언가 풍족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때는 그 귀중함을 모르다가, 조금의 부족함만으로도 그 존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만해도 그렇다. 짱짱한 속도로 팡팡 터질 때는 조금 있다가 글을 쓰면 되겠지 하면서 속절없이 미루다가 그날을 넘기게 될 때가 여러번 있었는데, 요 며칠 느림보 행보를 하는 인터넷을 붙잡고 뭔가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농부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움 그 자체이다, ㅎ ㅎ ㅎ... 느린 아점을 먹고 모든 식구들이 잠시 살아 (?) 움직이는 듯 하더니,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모두들 침대를 등에 붙이고 오수를 즐기는 바람에 집 안에는 윈도우팜 아이들의 물소리와 농부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이 농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반려동물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말할 소재가 무궁무진하지만 웬지 조심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거기에는 아마도 알게 모르게 이와 관련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소리가 맘 속에서 웅웅 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다', '동물을 사람처럼 대한다', '사람보다 더 떠받치고 유난을 떤다', '그 정도의 관심이면 여러 어려운 사람들 돕겠다' 등 등. 그래서 이 농부는 집안에서는 어떻든 밖에 나가서는 최대한 남의 눈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어떤 종류의, 어떤 연유로 생긴 선입견이든 너무 편파적으로 흐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도 크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개에 대해 비판적인 한 남자가 '개의 아빠'를 자청하는 것도 보았고, 집안의 친척중 한 사람은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