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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Dogs

Meditation on your life?

디돌 2012. 4. 30. 23:19

 

어제처럼 잔뜩 흐리고 습기가 많은 날일수록 농부의 밀랍초에 대한 사랑은 무한대로 커진다. 특히 지형적, 계절적 요인으로 해무가 엄청 밀려오는 때는 그저 망연 자실하다가도 집안 곳곳에 밀랍초를 켜놓고 흥흥거리다 보면 신비한 성(?)에 사는 기분마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해무가 심할 때는 옆집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저런 모양의 밀랍초를 만들어 놓고 보기만 해도 즐겁다 보니, 시간만 허락하면 무척이나 그 작업에 몰두하는 농부이다. 그리고 만든 초들이 얼마나 이쁘게 오래 타는가 알아보려 하나씩 태워 보기도 한다. 마침 어제는 장미 꽃다발 초를 파우더룸에 켜 두었다. 때론 고요한 그곳에 들어가 명상(?)에 잠기기도 하는데, 어제도 겸사겸사였다.

 

초에 불을 붙이고 잠시 놓아둔채 밖에 갔다오니 참 예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초만드는 작업할 땐 그렇게 시샘을 하고 방해를 하더니, 담요위에 놓아둔 촛불을 지긋이 바로 보고 있는 그 사랑스런 아이, 바로 우리 복돼지의 모습이다. 살며시 디카를 가져와 그 모습을 담아 본다. 좀 더 몇 컷 찍으려니 그새 눈치를 채었는지 언제 그런 모습이 있었나싶게 장나난꾸러기로 돌아 온다.

 

오늘도 사진을 다시 들여다 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그 아이는 그 아름다운 빛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제는 닭고기에 대한 식탐을 좀 줄여 볼까?" "진도는 평안히 잘 쉬고 있을까?" 그도저도 아님 "울 엄마는 날 얼만큼 사랑할까? 혹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아이가 아닐까? 나 어릴적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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