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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Dogs

작은 상전: 엉겁결에 모시게 된 이야기

디돌 2018. 7. 17. 16:54

작은 상전: 엉겁결에 모시게 된 이야기

 

2015년 5월 중순, 통크게 일을 벌인 아는 동생이 고민을 한다. 너무 큰 규모의 반려동물 카페를 시작한다는데 여러모로 말리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반대 의견을 낸다. 그만두지 못하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얘기를 들어 보니 그 카페의 호텔에 장기간 맡겨둔 비글 한마리의 이야기도 슬쩍슬쩍 나온다. 우리 복돼지를 18살에 보낸지 2년이 넘었지만 다시는 아이들에게 눈도 주지않겠노라 마음을 꽁꽁 숨겨왔었다. 그 동생의 선함을 아는지라 무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비글 그냥 데려오면 되지.”

“언니, 이미 집에 있는 애들도 차고 넘쳐요. 그리고 그 아이가 이미 네번이나 파양되어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가 호텔에 있은지 꽤 되요.”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니? 뭐가 문제인데?”

“글쎄 말이예요. 정말 이쁘고 착한데 그러네요...”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살은 아이는 몰티스치고는 엄청난 체구를 자랑하지만 대화로(?)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데 문제가 없던 복된 삶이었다. 길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아이들을 보며 세상에 우리 아이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있구나 정도의 상식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네번이나 파양’ 이라는 말에 가슴이 꽂혔다. 살아 보니 그 아이들의 단순하지만 깊은 사랑이 얼마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데, 네 번이나 옮겨 다녀야 했다니... 

 

“정말 좋은 집에 입양되면 좋을텐데...”

“사람들이 첨에는 순종이고 잘 생겼다고 무척 맘에들어 데려갔다가는 며칠을 못가네요... 정말 이쁘고 착한데... 지난번에는 광안리 해변의 편의점에 묶여 있어서 데려왔어요. 정말 이쁘고 착한데...”

그 다음 말은 이미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언젠가 3대 악동 강아지중 1위가 비글이라는 얘기, 사진으로 만 보아온 비글, 그것도 두어번 본 정도? 그것이 그가 아는 비글의 전부다. 그러나 그 사람의 마음은 자기만 몰랐지 같이 있던 모든 사람은 금새 알아챈다.

 

“그 아이만 데려오면 네가 그 일에서 손떼기가 쉽겠니?” 

“그럼요!” 

“그럼 데려와라. 내가 어떻게 해보지. 엄마도 여러번 새 아이가 있었으면 하셨는데 내가 절대로 안된다고 했으니 큰 문제는 없겠다.” 

 

그렇게 몇번의 대화가 오간뒤 소위 귀신에 홀린듯 결정이 나 버렸다. 그 동생은 구세주를 만난듯 다시 중얼 거린다:

 

“언니도 보면 좋아 할거예요. 얼마나 이쁘고 착한지... 내일 미용하고 목욕시켜서 데려 올게요” 

“그래. 그냥 데려와도 된다.”

“아녜요. 그래도 예쁘게 해서 데려 올게요. 저 빨리 가볼게요, 일이 많아서...”

 

그 동생이 재빨리 자리를 뜨자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짧은 후회, ‘내가 지금 뭔일을 한겨? 2년 동안 그렇게 길가는 아이들에게 조차 눈길 한 번 못줬는데... 이게 뭔 일이여???’ ‘그 아이에 대해 뭘 알지?’

 

대화를 다시 생각해 보니 ‘네 번 파양, 편의점에 묶여 있었고, 이쁘고 착하다...’ 로 묘사되는 아이.

 

그리고 5월 22일 오후, 그렇게 우리 돌이는 집에 상전으로 들어 온다. 정확한 생일도 모르고 그저 2살 반 정도 된 남자 아이...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고 그저 자기 데려온 이모에게만 높이뛰기하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봉수’라는 이름 대신 ‘팬돌’ 이라는 유서(?) 깊은 이름을 받은 아이. 또 옮겨 갈 게 확실하다는 표정으로 아무 곳에나 오줌을 누던 아이... 몸 곳곳에 얼룩덜룩한 피부병 같은 모습을 한 아이... 한 참 후에야 그것이 털색깔이 변하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될 정도로 무지한 그 사람...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신뢰하지 않는 아이와 한번의 사랑과 아픔만으로도 다시 가족을 받아들이기를 거절했던 그 사람. 생후 1달만에 품에 온 복돼지와 정말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이 살아와 모든 아이들과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아둔한 사람, 2년 6개월 정도의 시간에 제대로된 가정과 교육을 받아 보지 못하고 애쓰며 삶을 버텨온 아이... 그 아이와의 첫 만남때 찍은 모습은 지금 봐도 가슴이 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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