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자유로운_아이들
- 시골길#공사판#감사#내구역
- 가정용 순환식 수경재배
- Joie_de_Vivre
- 무공해 살충제
- 윈도우팜
- 작은_상전
- Herbs
- 오블완
- 로즈마리
- 수소동력
- 주인님들
- 2004년#어느 날#마당#상전#이사#이별
- 동반자
- 라벤더#소다수#탄산수#
- 천연아로마스프레이#오레가노#타임#유칼립투스#에센셜오일#레몬#자몽#오렌지#샌덜우드#캐모마일#airfreshner#relax&revive#stressaway
- 티스토리챌린지
- 뒷마당
- 롲
- 삶의_기쁨
- 어느_날
- 금잔화#calendula#금잔화의효능#로또
- 상전
- 천연차량용방향제#장미#로즈#로즈제라늄#라벤더#로즈마리#유칼립투스#오레가노#민트#타임#레몬#시더우드
- 목욕소금
- 햇볕
- 큰_상전
- 탄소발자국
- 마음의_여유
- windowfarms
- Today
- Total
Sarah’s Daily Bliss
주말 원예시장에 간 농부 본문
이번주 YMCA 에서 열릴 강좌를 위해 어떤 식물을 준비할까하는 고민이 늘 맘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지난주였다. 처음엔 집에 가득찬 허브를 좀 나눌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첫 강좌는 주부들이 대다수고 아직 허브에 대한 친밀도가 그리 높지 않을수도 있을텐데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하더니만, 주말이 되자 급기야는 좀 더 그분들께 익숙한 것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빗방울이 조금 내리고 여전히 햇볕은 나올까 말까 꾸물거리는 정오쯤에 집을 나섰다. 바닷가의 이 동네는 도심의 다른 동네들과 비교할 때 약 3-4도의 체감 온도차가 있는 곳이다. 집을 나설때는 적당한 옷차림이라 생각해도 곧 후회할 때가 다반사이다. 그렇지만 며칠 과도한 움직임으로 열이 나고 온 몸이 욱신거리는지라 경상도 말로 옷차림을 단디하고 나섰는데, 아뿔싸 더위도 그런 한여름 더위가 없을 정도다.
이미 도로는 더위가 점령했고 사람들은 까뮈의 이방인에 나올법한 그런 표정들을 짓고 있다. 마지막으로 원예시장에 갔을때는 그나마 싱그러워 보이던 식물들도 바람한점 없이 내려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나를 어서 데려가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늘 들리는 부자재 가게의 아주머니는 지난주에 겸연쩍게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버리고 모자와 수건으로 중무장을 하고 계신다. 유난스런 엄마때문에 처음 들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근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언제 뵈어도 솔직하고 한결 같으신 분이다. 필요한 것들을 말씀드려 놓고, 주변의 식물들을 돌아 본다. 봄에 많이 나와 있던 방울 토마토나 딸기 같은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리 둘러 봐도 단번에 결정하고픈 아이들이 없다. 다시 한바퀴를 돌아 철철이 어린나무를 사다 날랐던 집에 다시 들렀다. 거기서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마당 한구석을 차지한 놈들이 눈에 들어 온다. 여쭤보니 고추와 방아이다. 마침 고추는 농부의 집 창가에서 잘 자라고 있으므로 망설임이 없었다. 문제는 방아이다. 개인적으로 방아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라 머뭇거리고 있는데, 주변에서 많이들 권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비오는날이나 주말에 윈도우팜에서 잘 자라고 있는 신선한 방아잎 몇개 따서 전을 부쳐도 좋을 듯하다. 물론 무공해 청양고추도 몇개 따서 송송 썰어 놓으면 좋겠다는 행복한 그림이 그려진다.
바깥 사장님과는 조금 다르게 유난히 딱딱한 부인은 그 더운 날에도 사람을 더 팍팍하게 만든다. 우리집 복돼지와는 달리 흥정에 능하지 않은 나는 모든 구매에 있어 속전속결이다. 그래서 그분께 나의 마지노선을 딱 잘라 말씀드렸더니 웬일인지 엄청난 고추와 방아를 한아름 안겨 주신다. 이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고 봐야 한다고 말하나 보다???
몸은 힘들고 짜증이 나는데도 눈은 계속 식물들에게로 가 있다. 와, 블랙베리도 몇개 사면 좋겠다, 아니 저 자스민도 제법 잘 자란 놈이구나 등등 꼭 마트에서 온갖 과자에 정신을 잃고 발길을 멈추는 아이가 엄마 손에 질질 끌려가는 그 모습이었다, 에구 에구.
그렇지만 처음의 목적을 달성했고 몸도 지쳤으니 어서 집으로 가자고 자신을 채근한다. 그런데 도저히 사지 않고 지나 갈 수 없는 강력한 상대를 만나고 말았다. 바로 치자이다. 각 식물마다 지니고 있는 나름의 이미지가 있겠지만, 치자는 내게 베니스의 한 여름 밤을 생각나게 할 뿐만 아니라 엄마의 튀김 요리에 늘 들어 가던 노란 치자 가루를 떠올리게 만든다. 작지만 꽃봉우리가 실한 놈들이 나를 유혹한다.
조금만 있으면 저녁 산책시 은은한 치자 향기를 원없이 맡을 수 있는 곳에 사는 지라 집에서 키울 생각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날만은 웬지 저 녀석을 꼭 집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가격도 더 할 나위없이 좋다. 그 다음 순간 치자 화분이 내 손에 들려 있다. 앞으로 엄마를 절대 흉보면 않될 것 같다.
그렇게 한 짐 가져다 풀어 놓으니 거실이 말 그대로 발디딜 틈이 없다. 정리할 틈도 없이 침대에서 밤새 앓고 새벽에 나가 보니, 나의 치자가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살며시 코에 갖다 대니 그 은은하고 아름다운 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봄부터 화분 하나 비워 놓고 흰꽃을 사다 달라던 엄마가 기뻐하실 일이다. 예쁜 화분에 고이 옮겨서 방에 놔 드리면 한 이틀은 이 자식을 이빠해 주실려나?
몸은 고달프지만 행복한 창가의 농부이다. 이 행복감이 모든 분들에게도 스멸스멸 퍼져나가는 한 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망을 담아 멀리 돌고돌아 우리집에 온 아이들을 올려 본다...
'Who Cares? "We Do Care!" > Windowfarm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몬밤의 기적 (0) | 2011.07.03 |
---|---|
지난주 YMCA 교육 현장 (0) | 2011.06.22 |
윈도우팜 강좌가 열립니다, YMCA 에서! (0) | 2011.06.09 |
윈도우팜에 재배한 놈들 중 고추는 대박, 완두콩도 영글고 있다! (0) | 2011.06.08 |
윈도우팜에 고추가 열렸다! (0) | 2011.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