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Daily Bliss

지금 뉴욕의 윈도우팜은? The Classic! 본문

Who Cares? "We Do Care!"/Windowfarms

지금 뉴욕의 윈도우팜은? The Classic!

디돌 2012. 3. 2. 23:56

초봄의 따사로운 햇살로 가득찬 마당을 기다리느라 농부는 목만 길게 빼고 있다. 3월의 첫날이었던 어제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젖히고 마당을 내다 보았다. 그렇지만 자연은 햇살보다는 촉촉한 비를 먼저 주어야 한다는 듯 오늘도 솜털같은 비를 뿌리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듯하다. 대지를 촉촉히 적셔서 다독이고, 그 다음에 햇볕을 비추면 목을 축인 온갖 생물이 싱그럽게 올라올 것이니 그 순서가 맞는 것도 같다.

농부가 그런 날씨탓에 몇주전부터 꾸준히 사다 놓은 씨앗을 심지 않고 기다리는 사이, 농부의 부지런하고 눈치빠른 팔순 넘은 노모는 오늘도 온갖 화분을 펼쳐 놓고 당신이 사오신 씨앗을 심고 화분갈기를 하느라 바쁘시다. 농부가 그동안 공을 들여 허브를 가꾸던 큰 화분 세 개에는 어느새 쑥이 새록새록 자라고 있고, 무엇을 그리 많이 심으셨는지 알 수 없는 화분들이 그득하다.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집안의 평화를 위해 질끈 눈을 감고 참는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참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사실 농부는 더 큰 욕심을 내고 있다. 조금만 날씨가 풀리면 마당을 허브 정원으로 맘껏 가꾸어 볼 생각이다. 그래서 넓은 테라스와 그 많은 화분들을 울 엄마가 점령해도 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를 두고 한지붕 두 가족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봄을 기다리는 사이, 카페 드림에도 사람들이 봄을 안고 드나든다. 목요일 영어 수업때문에 가도 회의장에 사람이 들어차 있더니 내일도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임 장소로 사용한단다. 우리의 안대표는 5,000원에 음료 무한 리필이니 싸서 온다는 농담도 하지만, 농부는 그렇게 찾아주는 사람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그래서 또 주제넘게 한마디 하고 만다: "뭐 든지 막 퍼주라" 고...

참, 여러 기관의 사람들이 와서 윈도우팜도 직접 보고 교육도 받아 간단다. 그렇게 교육받으면서 직접 만든 윈도우팜을 설치하면서 그들의 기쁨도 엄청나다니 즐거운 일이다. 더 행복한 것은 농부가 진행하는 영어 클래스의 막강한 매력덩어리 두 사람, Tom 과 Jerry 가 자발적으로 설치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본명보다도 일부러 정한 영어 이름이 더 어울리는 두 사람은 받는 것 이상으로 베푸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오늘은 뉴욕의 친구들이 지난해 말부터 열을 올리고 있는 새로운 윈도우팜(실제로 그들은 brand new windowfarms 라고 언급한다)에 대해 소개하기로 맘 먹고 글을 시작했는데, 산만한 농부의 머리는 그새 엉뚱한 내용들을 풀어 놓는다. 암튼, 그 친구들은 이 새로운 작품도 계속 진화해 나가겠지만 현재 너무 만족한 나머지 이미 우아한 "The Classic" 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좋아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점점, 우아하게 샤넬 슈트를 차려입고, 12mm 굵기의 진주 목걸이를 묵직하게 걸어야 하며, 머리는 우아한 업스타일이나 재키 스타일을 하고, 그저 손가락 끝만 대고 몇잎 따서 먹는 귀족적 이미지가 그려진다. 준비 작업에 들어간 첫 일년을 넘어, 실질적으로 창가의 농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창에 매달렸던 본인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영 딴나라에서 온 농부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 친구들의 첫 마음가짐과 노고를 아는지라 섣불리 장단점을 논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도 굳건히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물병을 들고 이리저리 씨름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정형화되고 다듬어진 그런 것을 더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환영받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혼란스런 농부이다. 장시간의 노력과 재활용으로 시작하기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별부담없이 집에서 야채를 자급자족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할 사람도 주변에는 많은 게 사실이다. 곰곰이 장단점을 따져 볼일이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어릴 적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또한 이렇게 우아하게 수확만 해먹는 이미지와 더불어서는 '소는 누가 키우냐고, 소는!' 하며 악다구니를 쓰는 개그맨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그저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올린 글이니 편안하게들 보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농부도 오늘 뉴욕의 친구들에게 메일도 보내고 하다보니 겸사겸사이다. 우리의 큰 소망이 무엇이든,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무엇이든, 그저 함께 더불어 같은 곳을 보고 간다는 믿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