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arah’s Daily Bliss

양초 만드는 과정 본문

Herbs & Recipes/DIY Recipes

양초 만드는 과정

디돌 2011. 6. 20. 16:04

어떤 사람이든 그들이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텐데, 나의 경우에는 양초가 그들중 하나이다. 특히 요즘 굴비에 맛을 들인 식구들탓에 아침이나 저녁중 한번은 굴비를 굽다보니 집안에 냄새가 가득하다. 물론 모든 문을 열어 놓고 팬도 돌리지만, 맛있게 먹는 대가치곤 그 냄새가 꽤 심하다. 이럴때 사용하면 좋은 것이 바로 양초다.

충분히 문을 열어 두어 환기를 시킨 후, 문을 닫고 질좋은 양초를 한동안 켜두면 곳곳에 스멀거리던 생선 냄새가 거의 자취를 감춘다. 물론 마트에 가면 각종 탈취제가 선반 가득 놓여 있지만, 그 제품들을 집안에 휘휘 뿌려대기엔 우리 몸이 너무 소중하다. 그들의 유해한 성분들도 문제지만, 대부분 액체상태로 뿌려지기 때문에, 아무리 끈적임이 없다는 광고가 대문짝하게 붙어 있어도, 결국엔 바닥과 각종 섬유에 흡착되기 마련이라는 꼼꼼한 (?) 생각에 저절로 멀리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주 얻어온 밀납과 벌집에 자꾸 눈이 가고 조바심이 나더니만, 밀납초에 관한 글을 옮기고 난 토요일 오후에는 더이상 호기심을 참을수가 없었다. 외모탓에 꼼꼼하고 치밀하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나의 본모습은 때론 실험해 보고가 먼저인 블도저 같은 면도 있다. 그날도 그랬다. 글의 말미에 있는 팁만 보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벌집에서 밀납을 분리해 내겠다는 욕심만으로...

냄비 두개를 스토브에 올려 놓고 나름 전문가 흉내를 내며 제대로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검고 미세한 먼지같은 불순물이 가라앉지 않고 왁스 바로 밑 층에 달라 붙어 있어 수도 없이 같은 방법을 되풀이 해가며 분리해 내야 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떠 오른 생각은 벌집을 미리 한번 세척하여 이런 미세 물질을 물로 씻어 내야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불앞에 서서 열심히 일한 결과 맨 아래에 있는 사진과 같은 왁스를 분리해 냈다, ㅎ ㅎ ㅎ.

미리 미세 먼지를 씻어 냈으면 좀 더 많은 양의 밀납을 분리해 낼 수도 있었을 듯 하다. 몇시간은 족히 서서 노동을 했지만 그 과정이 꽤 재미있고, 달콤한 꿀 냄새를 맡으며 하는 과정이다 보니 즐겁기까지 하다. 더욱이 매번 선명해지는 황금색의 왁스에 색다른 환희도 느낀다. 어느 정도 더 분리해 낼 수 있겠지만 불순물 제거를 위해 마무리하자, 그제서야 주변의 현실이 눈에 들어 왔다. 각종 주방 도구와 그릇들이 왁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이 용도만을 위한 도구를 구분해 두지 않았으니 그냥 주방에 있는 것들을 생각없이 이것저것 썼던 게 큰 실수였다. 다음날 아침 울 엄마가 '이게 뭐냐?' 라고 소리치시기 전에 모든 것을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서 방법을 찾아가며 도구세척에 몰입했다. 그 과정은 심히 길고 고단했다. 한마디로 그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새벽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저녁 6시경부터 새벽 1시까지 무려 7시간의 노동을 거쳐 탄생한 밀납이다.

가스와 사용한 물값, 그리고 노동에 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매우매우 비효율적인 결과라 하겠지만, 그래도 내심 너무 흐뭇한 게 사실이다. 처음치곤 얻어진 물건이 너무 곱고 예쁘다. 앞으로 벌키우는 집만 발견하면, 가능한한 벌집을 수거해서 또 해볼 생각이다. 내 손으로 분리해 냈으니 가장 믿을 수 있다는 그 확신을 어디서 살 수 있겠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

이제 밀랍은 어느 정도 확보해 두었으니, 다음 단계로 양초를 만드는 데 몰입할 순간이다. 밀랍초 만드는 방법은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멀리 보고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습득하면서 차츰차츰 나아갈까 한다 (이럴때 보면 내가 그리 덤벙대기만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web research 를 좀 했더니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데, 아주 실제적인 설명과 그림으로 각종 양초 만들기 과정을 설명해 둔 my
craftbook 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첫 걸음으로 양초 만들기 과정 (Candle Making Procedure) 에 관한 내용을 옮겨 본다. 이런 단계를 거치다 보면 내가 그동안 마음에 그려둔 양초를 지대로 (?) 만들어 올릴 수 있을 듯 하다. Cheers !!!

양초 만들기에 경험이 풍부한 많은 사람들은 완벽한 양초를 만들기 전에 얼마나 많은 테스트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처음 양초를 만들기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몇번 만들어 본 후, 기대했던 모양의 양초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실망하여 그만두곤 한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양초 만들기 과정을 소개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초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테스트한 결과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아래 정보를 포함한 일지를 쓰는 것이다:  

  • 왁스, 향료, 염료, 안료, 심지, 심지 홀더, 용기 및 첨가제를 포함한 각종 제품의 생산자명.
  • 각 제품의 사용량과 양초를 만드는 과정에 넣어 준 용량도 기입.
  • 냉각 시간.
  • 양초가 다 만들어 지고 심지에 불을 켜기전, 금 (깨짐), 공기 방울, 변색, 흰 줄, 파인 부분, 벗겨짐 등과 같은 불완전한 사항에 대해 기록.
  • 원하는 양초의 색이 나왔는가 유무와 양초 전반의 색이 균일한지 여부.
  • 양초를 태우기 전에 향을 점검. 향이 적당한가, 희미한가, 또는 너무 강한가를 기록.
  • 연소 시간.
  • 양초가 탈때 나는 향을 점검. 너무 약한가, 너무 강한가, 아님 적당한가? 양초의 향은 처음 만들었을 때는 그 향이 좀 강하게 느껴지더라도, 연소될때는 훨씬 가벼워 진다.
  • 불꽃을 주의 깊게 살핀다. 불꽃이 너무 큰지, 너무 작은지, 아님 왁스나 연기 속에 묻히지는 않는지?  


초보자들이 저지르는 두번째 실수는 테스트할 때 너무 많은 분량을 만든다는 것이다.

  • 테스트할 때는 조금만 만들어 보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했던 만큼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도, 남아 있는 왁스가 있으므로 돈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초보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세번째 실수는 그들이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거라는 착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강한 향과 색을 선호한다. 양초를 만들어 팔 계획이라면, 당신이 만든 양초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테스트할 때 몇몇 친구들을 불러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들에게 테스트용으로 만든 양초를 보여주고 냄새나 모양등이 어떤지 물어 본 후, 초에 불을 붙이고 다시 향이 어떤지 물어 본다. 이에 관한 내용을 일지에 기록한다!



참고 그림: 지난 토요일 (6월 18일) 저녁 벌집에서 분리해낸 비즈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