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s Daily Bliss

1% 의 부작용, 그 불편한 진실 본문

Who Cares? "We Do Care!"/Something Wrong

1% 의 부작용, 그 불편한 진실

디돌 2013. 2. 18. 15:56

지난 설을 기점으로 본인을 비롯한 온 식구들의 병수발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수년간 감기에 고생을 하지 않았던 터라 많은 분들이 지독한 감기를 조심하라고 할 때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설날 오전 멀리서 온 울 엄마의 귀한 아들과 딸 식구들이 각자의 길을 나서고 난 후, 말 그대로 고열과 인후통을 동반한 지옥같은 고통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철없는 80대 노모의 본 모습을 보이고 급기야는 죄없는 큰 딸을 따라나선 울엄마로 인한 가벼운 몸살정도려니 했다.

 

그런데 그렇게 내리 앓고 있다보니 다시는 안 오실 것 같이 큰딸집에 간 울엄마가 하룻밤만에 여럿 괴롭히며 돌아 오신다. 미운 감정은 둘째치고 이 독한감기가 옮을까봐 며칠만 더 계시다 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만 그 고집을 누가 당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집에 오시자마자 내복차림으로 온 집안을 휘저으시더니만 덜컥 감기에 걸리시고 만다.

 

아직도 그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는 농부였지만, 고령의 울엄마가 어찌 버티실지 걱정이었다. 병원에 안가시겠다는 고집에 화를 버럭 내고 격월로 고혈압 약을 처방받는 내과에 가서 말을 하고 고혈압 약 두달치, 감기약 3일분, 그리고 밤새 새된 기침을 하느라 잠 못주무신다고 말씀드렸더니 스틸녹스(stilnox)라는 수면제를 7일분 처방해 준다. 거듭 이 모든 약들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돌아섰다.

 

그날 저녁 죽과 감기약을 드시고도 좀체 잠을 못 주무시기에, 저녁 9시경 스틸녹스 1정을 드시게 했다. 약 30분 정도면 수면에 든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9시 4, 50분이 되어도 말똥말똥하시다. 농부의 욕심은 잠이라도 푹 주무시면 빨리 회복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기침만 심하시다. 10시쯤 복돼지 볼일 보고 들어 오자 당신 방에서 나오신 울엄마가 갑자기 졸린다고 하셔서 이부자리 봐드리고 방불을 끄고 나왔다. 그런데 그로부터 5분정도가 지나자 악몽이 시작되었다.

 

방안에서 나오시더니 불을 달라고 하신다. 놀라 방에 들어가 보니 불은 켜져 있는데 촛불이라도 달라고 하신다. 간신히 이해시키고 뉘여드렸는데 계속 큰 소리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뛰어 들어가니 일부러 방에 넣어 둔 빨래를 가리키며 저 사람들이 누구냐고 난리시다. 순간 농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 치매가 시작되신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보아도 치매의 전조증상이 전혀 없으셨다. 그 다음은 더 설명의 여지가 없다. 한 오분간 잠이 드시는가 싶다가 다시 큰소리로 떠드시며 이상한 증상을 보이시는 일이 새벽 4시경까지 이어졌다. 그리고는 다음날 10시경까지 주무시고 심한 두통과 근육통을 호소하신다. 죽과 감기약을 드리고 가만히 눈을 맞추며 어떠신가 상황을 보니 정신은 다시 온전해 지셨다. 그리고 다시 쭉 잠에 빠져 드신다...

 

간신히 스스로를 추수리고 약을 처방한 의사와 통화해서 그 모든 일을 설명하니 수면제 부작용 같으니 즉시 약을 끊으란다. 뭐 딱 한알 드시고 그 난리를 쳤는데 너무 당연하면서도 우습기만하다. 그래서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 약품이었느냐고 물으니 머뭇거리며 1% 정도란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한 것 같아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주말을 지나며 울 엄마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되어 또 내복차림으로 온 집안을 휘젓고 계신다. 물론 '끄응... 아고 죽겠다...' 라는 신음을 온 집안 가득 메우고 다니신다. 울엄마에 관한한 도가 튼 농부인지라, 이 상황에서 울엄마의 건강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 과정을 지나며 농부의 머리를 계속 어지럽히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 스틸녹스라는 약품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다. 의사는 그저 최신의 수면제로 의존성이 없다며 그 어떤 주의도 주지 않았는데, 정작 농부가 찾아본 결과는 의외였다. 물론 수면제라고는 처방을 받아 사용해 본적이 없는 농부라서 각종 성분을 토대로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농부를 경악하게 한 그 상황에 대한 조금의 이해라도 필요했고 이런 일을 모르고 계시는 분들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알아본 스틸녹스의 부작용은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무서웠다. 미국에서는 소위 메스꺼움, 두통, 졸림 등의 경미한 부작용과 더불어 표면상으로는 수면을 취하는 와중에 배회하거나 운전하는 일, 심지어는 요리를 하는 일까지 중대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었다. 딱 울 엄마의 행동이 바로 그 중대한 부작용의 표본에 해당하는 일이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시중 약국에서 임의로 사온 약에는 설명서가 들어 있어 읽어 볼 수라도 있지만, 의사의 처방으로 복용하는 약은 의사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농부가 받아 온 스틸녹스만해도 작은 투명 시럽 약통에 약 7 알만 덩그라니 들어 있을 뿐이었다. 더군다나 요즘의 일반 의원들은 무슨 유행처럼 처방전을 약국용만 뽑아 환자에게 건넨다. 그렇지만 농부는 항상 환자 보관용까지 요구하는지라, 마침 그 수면제의 이름이 스틸녹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혹여 이런저런 불가피한 이유로 수면제를 처방받으셔야 되는 분, 특히 고령이거나 허약 체질의 사람이 이런 경우를 당할까 조바심이 나서 두서없이 풀어 본 글이다. 그나마 그날 밤, 농부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울 엄마를 지켜 볼 수 있어서 큰 일은 면할 수 있었지만, 최악의 경우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1%의 부작용은 재수없으면 걸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무시의 대상도 안일의 대상도 될 수가 없다.   

 

 

 

                                                                       (Photo from Yahoo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