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arah’s Daily Bliss

Dreams: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삶 본문

Who Cares? "We Do Care!"/Our Planet & Healthy Life

Dreams: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삶

디돌 2010. 12. 6. 11:31

모두를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거리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사람들에게 여러가지를 말들을 속삭인다. 그 속삭임들 중에서도 유난히 나눔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집스럽게 팔을 안으로 안으로만 그러안고 살아 가던 내게 처음으로 팔을 벌려 나눔이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보여준 작은 거인이자 천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다. 어떤 이에겐 이미 평범하고 일상일 수도 있는 일이 내겐 충격이었고 색다른 고민을 안겨준, 그래서 이 시기에 참 잘 어울릴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니까 소위  한국이 IMF의 재정 지원을 받아야 했던,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모두 숨쉬기도 어려워 했던 1998년인가, 아님 그 다음해 12월 24일 이었다. 당시 지방 국립대학교의 영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나의 친구 D.(글을 쓰는데 있어 그녀의 하락을 구하지 않았으므로 그냥 그녀의 이니셜만 언급하기로 하자) 와 부산역 앞의 차이나 타운에서 점심을  먹으며 늘상 하던 식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몇년 지기와의 편한 점심을 먹고 일어 나면서 나는 예의로 그녀의 목적지를 물었다. 그당시 외국인인 그녀는 차가 없었으므로 가능하면 태워 주려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한국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 부산역 등 곳곳에 노숙자가 많은데 그들과 작은 것이라도 나누기 위해 햄버거 할인 쿠폰을 모았고, 그 쿠폰과 얼마를 보태 햄버거를 사서 부산역에 갈거라고.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 다음으로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아주 간단한 물음이었다. "너 혼자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 당시 나는 그런 주변을 혼자 지나가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순간 많은 생각이 내 머리를 마비시킬 정도였다.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고 체구도 아이 같이 작고, 적은 나이도 아닌데 얼굴은 어찌 또 그리 동안인지... 뜻은 가상하지만 내 마음 편하게 그냥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안해 보였고, 내가 더 무어라 만류하기 전에 "함께 갈래?"도 모든 상황을 마무리 했다. 본의 아니게 합류한 나는 꼭 동화 속에 나오는 소심하고 겁많은 아이가 용감한 주인공의 꽁무니를 잡고 "괜찮을까?"를 연발하는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둘이서 양손이 혀용하는 최대치의 햅버거 패키지를 들고 거리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그 시간은 내게 고문이었다. 저 친구는 한국어를 못하니 내가 설명해야 하나,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혹 거칠게 나오는 분들은 없을까 등등의 생각이 나를 부여잡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하고 싶은 말, 처음엔 다, 누구나 그래요!
그런데 내 친구는 그저 편안하고 이쁜 미소로 그들에게 다가가 햄버거를 내미는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함께 기도해도 되냐고. 아니 이 친구의 저 용감함은 만용인가, 아님 무지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저지하기 전에 그들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인다. 때론 그들의 머리 위에 살포시 손을 대고, 때론 손을 잡고, 또는 그냥 마주 본 채 영어로 기도한다. 나는 엉겁결에 그 친구의 기도를 통역해 준다. 내겐 참 이상한 광경이었다. 그들은 내 친구와 함께 행복해 보였고, 거리의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 순간 어찌 부끄럽고 참담하던지, 그러면서도 "휴, 이제 끝났구나"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더 많은 햄버거를 사들고 남포동 지하차도로 향했고 거기서도 나의 친구는 한치의 달라짐도 없이 그들을 먹엿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분은 계단에서 목발을 짚고 도움을 구하던 분인데, 그분은 내 친구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주한 미군에서 한 때 복무한 적이 있다는 그 분은 그 대화를 진심으로 즐겼고, 마지막에는 매우 고맙고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천국과 꿈, 그리고 영화에만 있는 줄 알았던 천사가 그날 내게 작은 씨앗을 뿌렸다. 그러나 씨앗이 심긴 맘이 옥토가 아닌지라 밭을 갈고 닦는데 근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씩 토질이 바뀐 이 맘은 약 3년 전부터 싹트고 있다. 
초보 농사꾼은 이제서야 씨 씨 심은 자의 마음을 조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농부는 자기 식물의 필요를 한치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바라고 또 바란다, 그 씨가 제대로 싹트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가지가지마다 좋은 열매 맺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