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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마당에 경사났네! 본문
해질 무렵, 우리 복돼지 볼일 보러 마당에 나갔다가 우연히 알아챈 비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 오히려 작고 갸날프다 싶은 나무에 농부의 눈길이 머문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앙상한 나무 가지위에 보송보송 솜털이 난 뭔가가 삐죽삐죽 나와 앉았다. 하나가 아니다. 한그루에 제법 많은 놈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의 비슷한 나무들을 둘러 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실한 놈들을 틔우고 있다. 눈에 띄는 놈들만 세 그루이다. 아하 아하, 이게 뭔 일이래?
복돼지가 늘 그 주변에서 쉬를 하는데 어찌 오늘에야 눈에 들어 왔는지? 이리저리 나무를 살피는 농부가 못마땅한지 집에 들어가자고 난리이다. 저 성가신(?) 놈을 집안에 들여 놓고 더 찬찬히 살펴 보아야 겠다. 평소 농부답지 않게 디카를 들고 마당으로 다시 나온 농부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12월 중순, 조경하시는 분들이 한나절에 걸쳐 가지치기를 한지라 모든 아이들이 앙상해져 마당이 조금 휑한 기분이 들었고, 농부는 막연히 봄을 기다려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지금은 모든 나무들이 휴식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저리 고운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었는지 너무 경이롭기만 하다.
스스로 농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자연에 대해 무지한 농부는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참 신기하게도 농부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후보가 바로 '목련'이었다. 목련을 좋아하고, 그동안 많은 목련꽃을 보아왔지만 목련의 싹을 본 적이 없는지라 아무런 확신도 들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 곱고 부드러운 솜털들을 만져 보면서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이 그 도를 더해간다...
새해들어 유난히 힘이 넘치시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라디에이터에 부딪쳐 며칠을 끙끙대는 울 엄마 수발에, 복돼지를 욕조에 넣고 수영부터 목욕까지 정신없는 주말 저녁을 보내면서도 농부의 마음은 여전히 그 보송보송한 아이들에게 머물러 있다. 그레서인지 서둘러 야간점호(?)를 끝내고 모두 강제 취침시킨 후, 노트북을 켠다.
아, 그렇다! 그 아이는 목련이다... 4월에나 꽃이 피는 아이들이 어찌 이리 일찍 싹을 틔웠는지, 아무리 볕이 잘드는 마당이라지만 찬바람과 영하의 기온이 교차하는 날씨에도 참을 수가 없었나 보다. 두꺼운 나무껍질을 뚫고 나올 용기도 엄청났나 보다. 그래서 농부는 내일 아침 묻고 싶어졌다. '그렇게 힘들게 빨리 세상에 나오니 어때?' 라고. 창 이상하게도 그아이들의 대답이 들린다. '추울때도 있지만 오늘같은 봄날씨에는 한껏 행복하고, 주변의 다양한 아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참 즐겁기만 하고, 우리로 인해 그리 행복해 하는 농부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내일 아침 농부의 마당은 조금 수선스러워질 것 같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복돼지와 당신 좋아하는 식물만 있으면 행복한 울엄마를 시작으로 진도의 장염으로 며칠간 우울한 날들을 보낸 진도네 식구까지 모두 마당에 보여 조촐한 환영식 정도는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우리의 큰 기쁨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듯 하기에... 그리고 영국인인 진도 아빠에게 흥겨운 우리말 몇자도 알려 줘야 겠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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