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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것을 실천하기: 당신은 웨이트리스를 어떻게 대하는가? 본문
말한 것을 실천하기: 당신은 웨이트리스를 어떻게 대하는가?
디돌 2011. 8. 24. 20:15부끄러운 말이지만 농부는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상당히 너그럽지 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도 자기 중심적인 사람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슬프거나 잔인한 내용의 문화 컨텐츠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잔잔하고 미소를 자아내는 그런 상황을 좋아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쌍권총과 장총 등 모든 종류의 무기로 무장을 한다.
그런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는 말에, '차라리 그냥 살래요' 의 태도였다. 그런데 죽지 않고도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주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시험(?) 에 드는 일이 있었다. 대로변을 걷고 있는데 소형밴이 길가로 미끄러지듯이 들어 오며 세운다. 길 가장자리를 따라 분명 멀리서도 볼 수 있는 정도의 물웅덩이가 길게 형성되어 있어 차들이 조심하면서 세우는데, 정말 그 차는 가히 레이스 하는 속도로 들어와 급히 세운다. 그 와중에 이 농부와 옆에 걷고 있던 사람이 고스란히 물폭탄을 맞았다. 뒷좌석에서 똘망똘망하게 생긴 두 녀석이 내린다. 운전석의 남자가 빤히 내다보고 그 와중에 부인인듯해 보이는 여성이 옆, 뒤 좌석의 잠금장치를 누르는 게 보인다. 두 아이는 유유히 자리를 벗어나서 어디론가 가고 차도 금새 꽁무니를 빼고 사라진다. 지나시던 분들이 농부보다 더 아연실색 하신다. 말그대로 차 뒤꽁무니에 대고 난리들을 치신다...
혈기 왕성한 농부였다면 차번호를 적어서 끝까지 추적(?) 하여 사과를 받아 내고 말테지만, 그날은 그저 화가 날 뿐 이렇다할 조치를 못하고 만다. 그저 옆사람의 분냄을 가라 앉히느라 맘이 더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저 사람들이 뭘 잘못했는지 끝까지 알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갈등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너무들 무례하다. 백화점에서도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시비를 따지자면 날 샐 듯하다. 예의와 순서를 지키지 않고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나무라는 어른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주변의 환경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한가지 한가지만 두고 보면 보든 것이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일인 것처럼 보이나, 이 사회는 모든 일들이 연계해 일어나는 유기체이므로 결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없다는 게 농부의 생각이다.
이렇게 저렇게 마음과 머리가 복잡한 농부의 손에 '사라의 열쇠'라는 책이 놓여 졌다. 유럽의 대표적인 작가로 섬세함이 돋보이는 타티아나 드 로즈네의 글이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농부의 성격상 홀로코스트와 관련한 어떤 진지한 이야기도 기피 대상이다. 그런데 그 책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유럽과 북미의 여러 가지 상황들, 그들이 지금 어떤 상황으로 역사를 마주하고 섰는지에 대한 생각이 끊임없이 맴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지금까지 나를 포함한 우리의 마음이 걱정스럽다. 우리는 순간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군중의 앞에 서거나 뒤따르며 옳음과 그름에 눈감아 버리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 농부는 가끔 정치 기사에 딸린 소위 댓글이라는 것들을 읽으며 자주 큰 웃음을 터트린 기억이 있다. 특히 연평도 포격이 있은 후, 보온병을 포탄이라하여 온갖 구설수에 오른 정치인에 관한 댓글을 보곤 나는 그들의 유머에 그들이 천재라고 극찬까지 했다. 그 글은 '보온병이 포탄이면, 전기밥솥은 시한 폭탄이겠네. 그럼 우리 집엔 포탄 둘, 시한 폭탄 하나...' 등 정확하진 않지만 그 유머와 위트에 농부는 찬탄해 마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서울의 무상급식과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보곤 맘이 혼란스럽다.
그들의 글은 정말 극도의 이념분쟁으로 인한 증오와 대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너무 적나라하여 눈을 돌렸지만 이보다 무서운 일이 있을까 싶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언급되는 역사의 잔인성이 하루 아침에 생겨났을까 하는 노파심마저 든다. 친절과 상대에 대한 배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사과 등이 결여된다면 모두가 상처를 입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농부는 참 단순한 사람이었다. 한끼의 맛있는 음식에 감탄하고, 나를 반갑게 맡아 주는 사람들에 기뻐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천사같은 성품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진짜 천사를 본 듯 하여 가슴이 쿵쾅거린다. 그런 단순한 농부의 답답한 마음에, Ed 와 Deb Shapiro 의 글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냥 멀리 보지도 말자. 유럽의 번져가는 폭동과 러시아의 아시안 테러, 그리고 북미 지역과 유럽의 스킨 헤드들의 두각에 미리 겁먹지도 말자. 우리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행복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동등하게 마주보며 살아 간다면, 오늘의 슬픈 이야기들은 머지 않아 'Once upon a time...' 과 같이 우리 아이들에게나 들려줄 법한 이야기로 남지 않을까 싶다.
아님 어쩌다 그런 광폭함이 있는 곳에 선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작은 양심이라도 살아 움직여 그 광폭함을 이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언젠가는 '옛날 옛적에..' 로 시작되는 얘기의 한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런던에서 TV 시리즈를 하고 있을 때였다. 카메라팀이 출연진 중 한 명의 집에 도착했을때, 그는 카메라팀을 아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무례하고 거만하게 굴며 사실상 자기 자신은 고귀하고 신분이 높은 사람인양 행동하며, 반면 카메라팀 사람들은 천한 일꾼 부리듯 하였다. 몇분 후, 카메라가 돌아가자 그는 화면을 통해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 졌던 것과 똑 같이 완벽한 미소를 지으며 정신적 우상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나증에 팀 멤버들이 우리에게 말했듯이,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보여준 꼴이 되었다.
위의 경우와는 반대로, Ed 는 우리 방송국의 TV 프로듀서인 Jo 와 런던의 작은 카페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다. 그 카페는 테이블과 테이블이 아주 가깝게 붙어 있었다. 옷을 잘 차려입은 두 흑인 신사가 그들 옆에 앉았는데, 사실상 그들과 같은 테이블을 같이 사용한다고 볼 수 있었다. Ed 는 그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그들 중 한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그의 이름은 Jacob Zuma 로 그당시 ANC (역주: African National Congress) 의 의장이었고,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이다. Ed 는 Gorbachev 대통령, Dalai Lama 와 Vaclav Havel 대통령의 기고로 만들어진 책을 그에게 주었고, 그는 그 다음날 저녁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 에게 건네 주갰다고 말했다. 그당시 넬슨 만델라는 Jacob 의 대통령 도전을 지원하고 있었다.
어느 대도시의 카페에서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면, 보통 눈빛도 교환하지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는 게 다반사다. Ed 는 Jacob 을 만난 적이 없었는데도, 아주 우호적이고 상냥하게 그를 대했다. 그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그저 정중하게 대할 뿐, 말을 걸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대화를 이어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는 심지어 그를 포옹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서는, 그 어떤 편견이나 엘리트 의식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우리가 말한 것을 실천해 나가는 것에는, 우리가 일반 대중에게 보여지는 모습 그 이상이 들어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 속에 놓여 있는 우리의 모습을 조명하게 된다. 며칠전, 한 친구가 내게 삼년 넘게 공을 들였던 비즈니스 계약이 갑자기 종결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계약들 중 하나를 논하는데 있어 나를 배제시키고 싶다고 그가 말했어. 나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 그러자 그는 그냥 일어나서 가버렸어." 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순간 그 동안 공들였던 일이 산산조각이 났다는 생각대신, 그녀가 느낀 것은 커다란 안도감이었다. 그는 그의 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그가 웨이트리스를 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내게도 보였던 거지." 라고 말한 그녀의 말 그대로이다.
몇년 전 우리는 인도에 있는 그의 거처에서 달라이 라마 (Dalai Lama) 를 만났다. 우리가 미팅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Ed 는 베란다에 서서 그의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산들을 보고 있었다. 그때 베란다의 한쪽 끝에서 우리보고 오라고 손짓을 보내는 수도사를 보았다. 우리는 그를 미팅 장소로 우리를 데려가기 위해 온 사람으로 생각헤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가 바로 달라이 라마였다. 정통 불교 의식에 따라, 우리는 바로 몸을 구부렸지만 그는 우리의 손을 잡고 일으키며, "아니, 아니, 그러지 마세요. 여기서 우리는 모두 동등한 존재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 가르침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다. '오, 물론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수백만명이 따르는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잖아요. 어떻게 우리가 같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Deb 은 처음에 생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개월에 걸쳐 생각하면서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그는 진정한 동등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인간다움과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고 있는 마음에 대한 동등함.
달라이 라마는 그가 웨이트리스를 어떻게 대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이해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대한다. 우리가 거리 청소부든, 아님 대통령이든, 또는 그 어떤 사람이든, 우리는 한 인류로 함께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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