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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농부의 봄날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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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농부의 봄날들

디돌 2012. 3. 16. 18:01

 
집밖을 나서면 산책로를 따라 오래된 벗 꽃 나무들이 상당히 긴 거리를 호위하고 서있다. 길고 긴 겨울을 나면서도 그 나무들만 보면 봄이 금새 눈 앞에 펼쳐질 것만 같아 두꺼운 옷차림이 새삼 낯설어지곤 했다. 그런데 삼월 중순을 넘기고 있는 현재도 나무들은 작디 작은 꽃망울만 머금은채 몸을 움추리고 있다. 아래(?) 동네의 어느 벗꽃 나무는 흰 눈발을 이미 날리던데...


요며칠 반짝하던 날씨는 오늘 다시 비를 뿌린다. 마침 그 반짝하던 며칠, 농부는 참으로 수선스런 날들을 보냈다. 여기저기 들려 오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또 일관련 미팅, 매주 수요일에 펼쳐지는 반가운 사람들과의 영어 회화 수업, 그리고 요즘 부엌을 점령하고 있는 비즈왁스와의 친해지기 등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들이 없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일상이다. 

봄이 오기도 전부터 그 꽃말 만큼이나 수줍은 자태로 피어 나던 시클라멘은 요즘 절정에 이르고 있다. 슬프거나 아픈 사람들에게 살포시 하나씩 안기고 싶은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꽃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이 꽃의 꽃말은 '안녕'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니 참 어정쩡하다. 유난히 이 꽃을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테라스엔 7-8 개의 시클라멘 화분이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또 놓칠새라 디카에 담아 본다. 상징이 어떻든 간에 이 화사함으로 인해 아픈 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이런 미소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을 담는다. 

사실 요즘 농부의 온 맘을 뺏고 있는 대상은 바로 밀랍이라고 부르는 비즈왁스이다. 그동안 너무 비싼 가격에 자주 태울 엄두를 못냈는데, 우리의 듬직한 후원자(?)께서 한아름 안겨 주셨다. 참 욕심없이 한없이 부어만 주시는 분들이시다. 정제가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닌지라 농부는 부엌 한켠을 작업대로 삼고 정제와 더불어 각종 형태의 양초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주로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므로 그 특성도 참 가지각색이다. 처음엔 다루기 어려운 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을 들이는 만큼 참 고분고분해 지는 미덕이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정성들여 만든 밀랍초를 한지로 소박하게 포장하여 그분들께 맨 처음 드린다. 직접 가뵈어야 도리인데, 이래저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레서 수요일 카페 드림에서 만난 우리의 조각가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이 멋진 오토바이맨이 '흔쾌히 오캐이-"를 외쳐 놓고 일이 생겼나 보다. 그래서 내일 농부를 보러 오는 길에 들려서 드리고 오겠단다. 활활, 그 황금색 불꽃을 피워 그분들께 소소한 일상의 기쁨으로 다가가길 소망한다. 

수요일 들른 카페 드림에도 봄기운이 만연했다. 그곳의 윈도우팜에도 타임을 비롯한 허브들이 제철을 만난 듯 진한 향을 품고 성장하고 있다. 디카를 가지고 간 것 까지는 농부의 치밀함이라고 자화자찬할 수 있겠는데... 아뿔싸! 배터리가 소진된 상태이다. 그래서 폼만 잡다가 슬며시 내려 놓으며 웃는다. 그깟 사진 뭐 대수냐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