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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분주함 후에 찾아든 휴식, 민트 라떼와 함께! 본문

Herbs & Recipes/Food Recipes

분주함 후에 찾아든 휴식, 민트 라떼와 함께!

디돌 2012. 1. 22. 21:24

조용히 있다가 지난 금요일부터 수선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혹 연세드신 울 엄마가 섭섭해하실까봐 금요일에 미뤄두었던 시장을 보러 나섰다. 가물기만 하던 날씨가 지난주에는 사흘간 연달아 궂기만 했다. 그래도 언제 장보나 연신 농부를 떠보시는 성화에 사람들 틈을 뚫고 이것저것 담는다. 한창을 카트를 밀고 다니는데 전화가 울린다. 

언제나 무슨 이름붙은날, 때론 그런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농부의 어머니를 챙기시는 그분이시다. 예전에는 집으로 택배를 보내시려고 주소를 물으시면 거절하다 못해 어정쩡하게 '저도 보낼테니 그럼 주소 알려 주세요'로 응대하다 무승부로 끝나곤 했다. 마침 제주도를 다녀 오신 걸로 알고 있어서 뵙고 싶기도 하던 중이었는데 만나자고 하신다.

명절전이라 '혹시' 하면서도, 민트 갈은 것도 드릴겸 토요일 오후에 뵈러 나갔다. 약속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하면서 내심 먼저 도넛도 좀 사고 차값도 미리 지불해 두어야지 하며 들어서는데, 이미 도넛도 시켜 놓으셨고 댁에 가져가실 것과 똑같이 사셨다면서 미리 건네 주신다. 뿐만 아니하 제주도 다녀오신 길에 사신 것들도 슬쩍 내미신다. 미리 '아무 것도 주시면 안된다고, 그저 즐겁게 차나 마시자'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분의 모습은 이렇게 사시는 것이구나 싶다.

여성으로서 그만큼의 일을 하며 사신 분치곤 참 때묻지 않고 소녀같은 분이시다. 철없는 농부가 오히려 더 나이든 사람처럼 엉뚱한 조언(?)을 드리곤 한다. 그러나 그분은 모든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 놓고 사신분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참 '곱고 아름다운 분'이라는 생각이 농부의 맘에 꽉 들어찬다.

그뷴과 헤어지고 돌아설때면 '내가 더 잘해드릴 수 있으면, 그리고 저런 모습으로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잔잔한 감동이 인다. 농부는 평생 누군가를 그 흔한 멘토로 둔 적도 없고, 그 흔한 멘티도 받아들인적이 없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극소수의 주변인을 제외하곤 업무상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선물은 주면서도 기쁨이 없고, 받으면서도 뭔가 썩 내키지 않는다. 

농부의 삶을 시작한 후론 선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었다. 첫째는 업무관련이 아닌, 더 낮은 곳으로 나의 선물들이 흐르게끔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항상 느낀 것은 선물만큼 받는 대상이 '빈익빈 부익부' 인 경우가 또 있겠는가 싶다. 그래서 농부는 그런 부한자들에게는 건너뛰기로 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그분도 농부의 기준으론 많은 사랑을 받고 사시는 분인지라 농부까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 리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던 듯 하다. 그러나 거의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결같이 베푸시니 참 난감하기만 하다.

두번째 기준은 가능하면 시중의 상품을 구입하여 선물하는 대신 농부가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드리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의식주가 급한 분들에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물이 최우선이다. 반면 늘 받기만 하게 만드는 농부의 지인들껜 이런 선물을 드리기 시작했고, 더 그러고 싶다는 바램이다.  

이런저런 생각만큼이나 몸도 바쁜 설을 앞둔 주말이다. 토요일 늦은 오후부턴 미리 튀김을 시작하였다. 가족들의 입맛에 맞는 것들로 구성하다보니 튀김 종류만 7가지이다. 참, 여기서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바로 냉이 튀김이다. 울엄마의 '별 꼴같잖은 것을 튀긴다'는 눈총을 팍팍 느끼면서도 우리의 주방장(?)이 자신의 직관과 이 농부의 냉이 사랑을 바탕으로 밀고 나갔는데, 한마디로 올해 농부가 맛본 것중 '최고'이다. 오늘 저녁까지 내리 세끼를 질리지 않고 농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주일. 또 한차례 외출을 하고 돌아 오니 벌써 늦은 오후다. 꼭 명절전에 온 식구가 목욕탕을 드나들던 때 처럼, 차례로 욕조로 밀어 넣는다. 맨 마지막으로 우리 복돼지를 씻기고 말리고 하다 보니 벌써 저녁때다. 기분 좋은 식구들 덕에 단촐한 식탁도 왕의 식탁이 부럽지 않다. 한참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저녁을 먹고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진다. 이때가 바로 농부가 차를 음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진한 커피가 생각나는 저녁 메뉴였지만, 자제하고 고민하던중 더부룩한 배를 진정시키기에 딱 좋은 민트에 생각이 꽂힌다. 그래 집에서는 처음으로 민트 라떼를 시도해 보기로 한다. 비록 우유 거품을 내진 않았지만, 약간 뜨겁게 데운 우유에 민트 1/3 티스푼, 갈색 설탕 2 티스푼을 넣으니 참 만족스럽다.

침대옆 나이트 테이블에 올려 놓고 보니 향이 그윽하다. 그 큰 농부의 침대에선 목욕후 한없이 예쁘고 뽀송뽀송한 복돼지가 대자로 누워 코를 골고, 윈도우팜이 선물한 민트 라떼를 홀짝이는 농부가 있는 저녁 풍경은 참 따뜻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