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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Cats

My guests in this summer?

디돌 2012. 9. 19. 23:19

여름이 끝나가자 농부의 일상도 어느 정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유난히 힘든 여름이었지만, 그렇다고 연례행사처럼 여름만 되면 찾아주는 지인들이 반갑지 않을리 없다. 오히려 외국에서 비싼 경비를 쓰면서까지 농부를 찾아주는 그들이 있어 고맙기까지 한 여름이다. 그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매일 쏟아내다 보면 1 - 2 주는 그저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그렇게 행복한 농부의 여름은 지난주말 나의 천사표 친구를 공항에서 배웅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듯 하다. 출국전날 늦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른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겨우 두서너시간 잤나 싶다. 공항의 스타벅스에서 이른 브런치를 하고 보냈는데 농부는 좀체 공항을 떠날 수가 없다. 다시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선잠이 들기도 했다. 공항의 특성상 이용객들은 모두가 들떠서 목소리가 크든지 아님 피곤에 젖어 고요하든지 두가지중 하나이다. 여느때같으면 그런 부산함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왠지 떠나고 돌아 오는 그 장소가 내겐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간신히 다른 일정을 마치고 이른 저녁 집으로 돌아 오자 어제까지의 내 모습이 낯설게 다가 온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들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책상에 앉아 무심히 밖을 내다 본다. 아, 그런데 정말 놀라운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아기 고양이 cathy 가 정원에서 집으로 들어 오는 계단에 올라와 집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농부의 손님치기(?)가 끝난 것이 아니구나... 정원에선 점점 농부에게 맘을 열고 있는 두 존재가 있다. 6월말, 아님 7월 초인가 부터 농부의 정원에 슬쩍 둥지를 튼 고양이 모녀이다. 새벽에 복돼지 볼일을 보이러 나가셨던 울 엄마가 소리치신다: "고양이 한마리가 새끼를 낳은 것 같다. 뭘 먹여야 되는데..." 농부는 "설마?" 싶었다. 그러나 며칠 후 농부의 눈에 띈 두 고양이는 도저히 모녀사이라고 믿기지 않는 외모의 불쌍한 아이들이었다. 엄마 고양이는 등뼈가 드러나 보이고 아기 고양이는 언뜻 보기에 손바닥 만한 아이였다. 그때부터 그들은 고양이를 전혀 키워본 적도 없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농부의 손님들이 되었다. 물론 우리 복돼지는 새로운 경쟁자들로 인해 심사가 불편해지는 날들이기도 하다.

 

암튼 그렇게 농부의 손님이 된 그 아이들은 - 몇주전 너무나 다정하게 다가오는 그 아이들에게 Lara 와 Cathy 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 아주 잘 먹고 편하게 지내고 있다. 처음엔 어찌 빨리 도망을 가는지 밥과 물을 갖다 두고는 뒷 베란다에서 볼래 엿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코 앞에서 밥도 먹고, 사진기를 들이대도 놀라지 않고 우아한 자세까지 잡아 준다. 아침이나 저녁이 조금만 늦어져도 어찌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지, 가뜩이나 바빴던 여름에 그들도 한 몫하고 만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지고 있었지만, 그날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와 농부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cathy 를 보는 순간 농부는 참 감사한 맘이 들었다. 창문을 열면 혹 도망갈까봐 급한대로 찍어 본다. 그런데 농부의 착각이었다. 더디게(?) 눈치챈 복돼지가 후다닥 다가갈 때까지 그 아이는 별 두려움없이 그대로 앉아 있는다. 참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사랑이야! 라는 기쁨이 전해진다.

 

이제 그 손바닥만하던 cathy 도 소녀(소년?)이 된 듯하고, Lara 는 토실토실 살이 붙었다. 격주로 이 아이들을 함께 먹이고 있는 옆집 진도 엄마께도 이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 드려야겠다. 도대체 이 놈들을 볼 수가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어찌 잘 보살피려고 하는지 참 맘이 고운 분이다.

 

고양이와 고양이를 좋아해본 적이 없는 농부. 그러나 이젠 그 아이들 또한 너무 애지중지하게 되어버린 기막힌 농부이다. 여름의 끝인가 싶은데, 벌써 가을의 중간쯤 와 있는 느낌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슬쩍 문을 열어두어 보아야 겠다. 그럼 이 아이들이 모른척 집안으로 들어와 겨울을 날지 누가 알겠는가?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콩쥐 팥쥐 전'이 따로 없겠지만 말이다. 아, 여기서 콩쥐는 고양이들이고, 팥쥐는 우리 복돼지, 그리고 그 유명한 팥쥐엄마는 울 엄마임을 의심치 않는다. 그럼 농부의 역할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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