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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Cats

어느 날 짠! 막둥이...

디돌 2024. 2. 14. 17:02

2024년 새해 첫날, 누군가는 아주 잔인한 결정을 한 것 같다. 아니, 장시간 시간을 가지고 언제 일을 결행할지, 어느 곳에 해야 할지를 준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차 한잔 마시고 돌아 오니, 번잡스런 마당의 상전 네 마리 사이에 누군가가 꼬물거리고 있다... 처음엔 언제나 밥먹고 도망가는 다른 아이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넌 누구냐! 어디 사는겨? 아직 애기지???"

 

이 단계에서 다른 아이들은 보통 도망을 가거나, 집 안 상전들과의 신경전을 계속하거나, 그도 아니면 조금 사교적인 행동을 베푸는 정도이다. 

 

그러나 이 꼬맹이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쏜살같이 달려와 배를 보이며 뒹굴이를 한다. 그리고 다리에 얼굴을 다정스럽게 비빈다. . . 그런 다정한 아이의 몸짓과는 달리 온갖 잡념이 머리를 헤집기 시작한다. 4년째 마당을 점령하고 상전 노릇 하는 놈들에게 조차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며, 그들의 상냥한 다가옴을 멀리 해오는 중이었는데, 이 아이의 행동은 거의 재앙수준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메는 사람과는 달리 이 아이는 현관을 호시탐탐 노리며 끊임없이 다정함을 내세우며 공격을 해 온다. 아, 새해 벽두에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 . 올해 여러가지 이유로 이사를 하려고 하는 시점에 새로운 아이라니, 그것도 우리집 선머슴아 보다도 더 스윗한 고양이라니. 지난해를 마무리하며 계속 머리 속이 복잡한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마당 상전들을 비롯한 밥 먹는 아이들이었다. 멀리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책에 등장하는 왕자와 여우, 장미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아도 '누군가를 길들인다는 것에 대한, 굳이 길들일 의도는 없었지만 때되면 먹을 것을 제공했다는 그 선의는 이들의 삶에 대한 책임으로 남는다. 때론 가장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암튼 다행인 것은 기존의 외부 아이들에 매우 공격적인 마당의 상전들이 하나같이 이 아이를 받아 들이고 보듬어 준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아이인냥 핧아주고 몸을 포개 온기를 나눈다. 그래도 이 아이는 오로지 우리의 품으로 들어오기 위해 온 몸으로 간절함을 표한다. 그렇게 다정한 아이는 집 안의 노장, 지난 여름 집 안의 적군이자 친구를 잃고 정신줄을 놓은 아이에게도 두려움이 없다. 사람의 계획에 대한 무의미함을 강조하려는 듯 두 아이의 또 다른 우정에 가슴이 무너진다, ㅎㅎㅎ. 

 

어찌 영리한지 외출하러 마당을 가로지르면 어느새 대문을 빠져나가 차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안아서 들여 놓으면 굼뜬 사람보다 더 빨리 차 쪽으로 달음질 한다. 그렇게 몇번의 실랑이 끝에 엄포아닌 엄포를 주고 도망치듯 차를 몰고 나온다. 그렇게 마을을 벗어나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서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프다. 저렇게 영리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보듬고 키웠으며, 어떤 이유로 이별을 결정했으며, 또 왜 이곳으로 보낼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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