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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Cats

Joy of life

디돌 2012. 11. 1. 23:58

햇살 가득한 마당을 내다보며 오늘도 한낮이 되면 조금 덥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가볍게 입고 집을 나서는데 "아차!" 싶다. 기온이 상당히 내려갔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바람마저 세차다. 그래도 테라스를 옮겨가며 "바이 바이"를 해댄 별난 가족들과 또다시 유난을 떨기 뭣해서 그냥 꿋꿋하게 걸어 내려가는 발걸음이 몸시나 차다.

 

좀 엉뚱한 비약이겠지만 이래서 누군가를 보낼때나 맞을때,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언제든 아무일 없었다는 듯 '슥' 돌아 올 수 있는 조금의 여유를 남겨두는 게 지혜롭지 않은가 싶다. 남들이 일찍 깨닫는 삶의 지혜를 더디게 깨닫는 농부의 일상이지만 시간은 발걸음이 꼬일 정도로 급하게 달음질 한다. 여름날도 별나더니만, 추위도 평년보다 열흘정도 빠르게 신고식을 한다. 그런 이유로 인해, 더딘 농부는 햇살 따사로와 보이는 11월의 첫날, 덜덜 떨며 길을 걷는다. 그래도 맘 한구석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 놈을 어찌할 수가 없다. 딱히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즐거움, 또는 행복함?'

 

우리 말도 참 아름답고 풍부한 표현들을 담고 있지만, 외국어인 영어의 표정도 일일이 그 느낌을 잡아내기 힘들다. 어릴 적에는 주로 'happy와 happiness' 라는 감정에 익숙한 표현을 한 것 같은데, 요즘은 'joy나 joyfulness' 라는 느낌에 미소짓는다. 아침부터 낯선 언어를 가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분명 계절도 바뀌고 달도 새로 왔나 보다.

 

나름 육체적 노동을 엄청(?) 해대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뿌듯해 하고 있는데, 벌써 그새 연말이 멀지 않았음을 11월 첫날 이른 아침부터 대포알을 쏘아대며 알리는 부지런한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방이라 불리는 곳이다. 매장 직원들의 복장은 물론이고, 크리스마스 스탬프 북과 음료, 심지어 캐롤까지 벌써 중무장을 한 거인의 모습이다.

 

아, 거인이라는 단어에 또 다시 생각은 또 다른 거인을 머릿속에서 찾아 내어 농부의 입이 크게 벌어지게 만든다. 바로 늦은 저녁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이언트 말라뮤트인 '사랑'이다. 말라뮤트도 몸집이 큰데, 거기에 자이언트가 붙은 이 아이는 곰같아 보인다. 추운 고장 태생인 이 아이에게 지난 여름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도 저녁 산책을 거르지 않는다. 충성심이 깊고 신사인 녀석이지만, 찬바람이 부니 한층 기분이 업되어 있다. 오랫만에 보니 모두가 반가워 안부를 물으시는데, 이 녀석은 농부에게 슬쩍 뽀뽀를 한다. 깔깔대며 얼굴을 슬쩍 닦는데, 방향을 틀었던 녀석이 머리를 돌려 다시 한번 '쭉~' 그리곤 의기양양하게 농부의 상체보다도 커 보이는 엉덩이를 설레설레 흔들며 걸음을 옮긴다. 그럼 우리집 마당쓰는 키 큰 빗자루보다 더 커 보이는 꼬리도 함께 이쪽저쪽으로 스윙댄스를 쳐댄다. 참 곰같은 놈이 여우같이 애교를 떤다.

 

반면 영판 여우같이 생긴 아이인 cathy 는 곰이다. 초저녁 마당의 감나무에 후다닥 거리는 느낌이 들어 내다보니 훌쩍 자란 cathy가 lara 를 따라 감나무에 올라가 방을 들여다 본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 살짝 문을 여니 lara 는 재빨리 나무를 타고 내려 오는데 cathy 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멍다히 쳐다보더니 뒷걸음질치며 내려온다. 그 때를 놓칠새라 카메라를 잡는다. 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조정하지 않았더니 플래시가 터진다. 아이보다 더 놀란 농부가 묻는다: "cathy, 놀랐니?" 그러나 그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다. "으이구, 여우같이 생긴 곰같은 내새끼!"

 

그런데 집안엔 곰도 아닌 것이, 여우도 아닌 또 다른 아이가 이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집 복돼지이다. 여우 짓을 할 땐 곰같이, 곰같은 행동을 하는데 눈빛은 여우의 생각을 담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농부가 일하는 것을 끝까지 방해하다가 지치면 쿠션이 가장 좋은 곳에 올라 한 잠 든다... 이땐? 물론 곰도 여우도 아닌, 농부의 천사이다. 마당엔 실하게 달린 감은 울 엄마의 아우성과는 무관하게 까치들이 구멍을 송송내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참 즐거운 풍경이다.

 

이제 더위를 탓할 수도 없고, 아직 본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추위를 핑계댈 수도 없는 농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시 싹도 틔우고 이리저리 벌여 놓은 일들도 열심히 정리하여 결실을 보고, 무엇보다도 글을 열심히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부뿐만 아니라, 뭔가 소중함을 안고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모든 분들께 귀한 결실이 함께하는 즐거운 계절이길 소망한다.

"I wish you joy of your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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