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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h’s Daily Bliss

비즈왁스 캔들이 주는 순수한 기쁨 본문

Who Cares? "We Do Care!"/Handmade

비즈왁스 캔들이 주는 순수한 기쁨

디돌 2012. 2. 27. 17:16

차마시고 대화 나누느라, 아픈 사람들 가보느라, 그리고 휑해진 마음 추스리느라 바쁜 지난주였다. 그렇게 밖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농부는 후둘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비즈왁스 추출에 몰두하면서 주방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면 그 노랗고 순수한 밀납 만큼이나 마음은 따뜻해지고 온화해진다. 

그렇게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추출한 비즈왁스를 가지고 다양한 크기의 초(캔들)을 만들었다. 티컵 캔들(teacup candle)이라고도 불리는 티라이트 캔들(tealight candle) 부터 맥주캔 크기의 필라 캔들 (pillar candle) 까지 완벽하진 않지만 그럴듯해 보인다. 스스로의 작품에 대단히(?) 만족한 농부는 먼저 앙증맞은 티라이트 캔들부터 침실에서 태워 본다. 방안이 따뜻해서인지 그 작은 놈이 꼭 4시간을 탄다. 거듭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비즈왁스만 400 g 넘게 들어간 제법 묵직한 필라 캔들은 수수하면서도 고전미가 풍긴다. 곰곰이 들여보다 우리의 조각가에게 맞겨 솜씨한번 부려 보라고 요청했다. 어제 오후 그 결과물을 보며 순수함에 예술이 가미되면 상상 그이상의 세계가 열림을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지만, 좀 더 다듬어서 완성도를 높힌 후 소개할 생각이다. 

 

적지않은 시간을 살아 온 농부지만, 지금까지 꼭 생사의 기로에서 이별을 나눈 경우는 세번 정도인지라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느껴지는 마당을 내다 보면 사랑스런 그 아이가 많이 그립다. 지난 토요일에는, 그런 그 아이를 보내고 힘든 시간을 의연히 버텨내고 있는 앞집 부부를 초대해 간단하게 저녁을 함께 했다. 뭐 초대랄 것도 없이 수저 두벌 더 놓고 같이 밥을 먹고 한창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시기에도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해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괜한 걱정을 많이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때론 둘이라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셋이었다가 둘로 남은 그들은 떠난 한 아이가 간절히 소망했을 진정한 사랑을 품고 산다. 참 감사한 일이다. 

지난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중의 한가지로 비즈왁스 캔들에 관한 내용을 올렸었는데 지금에야 그 작은 소망을 이루었다. 부족한 글에 장문의 댓글로 조언을 해주셨던 홍선생님께 늦게나마 감사드린다. 성격 급한 농부가 요즘은 기다릴 줄 알게 된 것 같다. 비즈왁스를 추출할 때면 집안에 꿀 냄새가 가득하다. 처음엔 강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잠시 외부 공기를 마시고 들어 오면 그 풍부하고 깊은 향에 휩싸인 집안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엄청나게 독하고 강한 인공향과는 달리 자연은 우리에게

 

'잠시만 기다리는 여유을 가지라'고 권한다. 그 충고를 받아 들이면, 조금의 기다림과 자연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최고의 선물로 우리에게 돌아 온다. 

이제 비즈왁스 캔들 만드는 작업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붙으면 농부의 발걸음은 또 한발짝씩 바빠질 것 같다. 이곳저곳 주고 싶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많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지지난주 진도 부모와 함께 들렀을 때 언제나처럼 두팔 벌려 푸근하게 환영해 주며, 즐거운 대화로 우리의 무거운 마음에 잠시나마 신선한 휴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수경원예의 멋진 두분께 안겨드리고 싶다. 그 아름다운 곳에서 비즈왁스 캔들을 켜 놓고 남편분은 섹스폰을 연주하고 아내분은 그 동그랗고 발그스레한 두 뺨 가득 행복을 담고 찾잔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