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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상전: 돌이와 잘(?) 지내던 아이 모시기

디돌 2018. 7. 23. 14:23

큰 상전: 돌이와 잘(?) 지내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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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일들을 정리하고 마당너른 집으로 돌이를 데려오기 위해 애견 호텔로 전화를 했다.

 

“그동안 모두 고생이 많았다. 내일 돌이 데리러 갈게.”

“네, 언니. 그런데 여기서 돌이랑 정말 친하게 잘 지내는 아이가 있어요, 봉수라고. 그 너른 곳에 돌이 혼자 두는 것보다 한 아이가 더 있으면 돌이 한테 좋을텐데. 특히 돌이 혼자 있는 시간에 함께 있으면 훨씬 좋을텐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5월에 집에 데려와 잠시 호텔에 가있을때를 제외하곤 악마견의 실체를 확인하는 매 순간이 전쟁통이었으니... 돌이를 데려오고 2주일만에 혈액암 투병을 시작한 울 엄마 때문에 돌이와 적응할 겨를도 없이 오전 오후 산책만 간신히 시키고 혼자 집에 둬야 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모든 신경이 넉다운되는 기분이다.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또한 돌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무한대로 들기 시작하던 시간이다. 

 

“그래, 낮에 돌이 혼자 지낼 시간이 길긴하다...”

“언니, 여기서 돌이가 제일 친하게 잘 지내는 아이예요. 덩치는 좀 커도 순하고 너무 착해요!” 

“많이 크니? 돌이도 큰데, 더 커?”

“아니, 그렇게 크지 않아요. 정말 착하고 순해요. 돌이랑 정말 잘 논다니까요...”

 

우리 가족에겐 돌이도 큰 아이였다. 처음 그 아이와 만났을때 순간 당황스러울정도로. 하지만 엄마때문에 호텔에 맡겨놓고 돌아설때마다 따라 나서려고 몸부림치는 돌이를 보며 그 미안함으로 생긴 마음의 생채기가 다시 그의 이성을 붙들어 맨다. 

 

“그 아이는 왜 호텔에 있는데? 유기견이니?”

“아니, 유기견은 아니예요. 이곳에 있은지 한 6개월이 넘었어요. 처음엔 잠시 맡긴다더니 6개월 넘으니 자기는 이제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우리보고 알아서 하라네요, 참!”

“뭐? 아니 무슨 그런 무책임한 말이 다 있니?”

 

그리고 몇마디의 대화가 더 오갔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그 아이까지 데려오는 걸로 결정이 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에 ‘덩치가 조금 크고 순하며 착하고, 더더욱이 돌이와 잘 지내는 그 아이’를 만났다. 

 

한 100년을 같이 살다가 (사실은 만난지 5개월 정도에 같은 집에 거한지는 통틀어 2개월도 안되는), 1년 정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사실은 띄엄띄엄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떨어져 있은지는 약 1개월 정도인데...) 날뛰는 돌이를 간신히 제어하며 처음 만난 세살짜리 ‘봉수’씨는 모두 밀어 버린 털 때문인지 분홍과 노랑으로 얼룩진 맨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며, 유행때문인지 아님 마저 얼굴을 밀다가 물렸는지 머리는 남산만하고 몸은 와인 오크통이 생각날 정도의 괴상한 형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순간 멍해지는 머리를 부지런히 굴리며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하느라 잠시 뜸을 들인다. 

 

“이 아이는, 그 뭐냐, 그...”

“사모예드예요. TV에 자주 나와 인기가 엄청난 상근이와 같은 종입니다. 어제 부랴부랴 미용해서 그렇지 털이 길면 정말 잘생겼어요...”

 

그 와중에도 그는 잘생겼다는 말에 의문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먹어댔으면 목과 엉덩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자그마한데 배를 둘러싼 허리 부분은 거대한 원통같이 부풀어 올랐다. 그래도 머뭇거리며 인사를 건넨다.

 

“안녕! 네가 봉수구나. 잘~ 생겼네, 악!” 물리고 말았다. 오른손 검지와 약지 부근 두군데에서 통증과 더불어 붉은 피가 흐른다. 동생 남편은 얼굴이 하얘져서 약 찾느라 정신이 없고 급기야 그 동생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띄엄띄엄 사과한다.

 

“언니, 괜찮아요? 저 아이가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제 정신이 아닌가봐요... 안데리고 가셔도 괜찮아요.. 저런 아이가 아닌데..”

“아니, 난 괜찮아. 내 잘못이네. 손 내밀고 다가올때까지 기다려 줬어야 했는데.  이미 내 식구라고 느닷없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한 내 잘못이야. 그래도 아프긴 아프다, ㅎㅎㅎ”

“사실은요.... 봉수 주인이 며칠전 봉수를 다른 집에 입양보낸다고 데려갔었어요. 그런데 그 집에 이미 큰 아이 여럿이 있었는데 봉수와 밤새 싸웠나봐요. 다음날 아침에 바로 못키우겠다고 데려가라고 해서 어제 다시 이곳으로 온거예요. 데려갈때 집에 가는 줄 알고 봉수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맘 고생이 심했을거예요. 근데 오늘 또 다른데로 데려 가려고 하니 저 아이가...” 딱 거기까지만 들렸다. 끌려다니며 산책시키겠다는 걱정, 목욕은 어떻게 시키나, 저 피부는 또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내가 데려간다고 했으니 데려가야지. 우리 돌이랑도 그렇게 잘 지낸다니 다행이지. 봉수야, 미안하다. 내가 너무 섣불렀구나... 이제 집에 가자!”

“언니, 이거 유산균인데 봉수 하루에 한번씩 먹이세요. 설사를 많이 해서요. 그리고 이거는 피부 연고인데 자주 발라 주시면 되요. 그리고 제가 두 아이 심장사상충 약도 몇개월치 준비했어요. 그런데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각기 다른 이유로 버둥대는 두 아이들을 태우고 오는 40여분이 119 응급차에 위급한 엄마를 태우고 5분여 거리를 가는 그 시간 다음으로 길고 힘겹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유머라는 유머비슷한 이야기가 떠 올랐다. 대충 이런 얘기다:

 

외모가 예쁜 아이에겐 “너 참 예쁘게 생겼다!”

똑똑한 아이에겐 “너 참 똑똑하고 공부 잘하게 생겼다!”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은 아이에겐 “너 참 착하게 생겼다!”

 

우리 두 아이는 위 내용과 별 연관이 없지만 암튼 누군가가 ‘착하고 순하다’는 말을 반복할땐 한번쯤 그 급한 상황을 차분하게 헤아려봐야할 것만 같다. 그렇게 ‘돌이와 잘 지내고 착한 그리 크지 않은’ 봉수씨에게 우린 새이름을 선사했다. 우리 돌이의 full name 이 ‘팬돌’이고 그 착한 형의 이름은 ‘팬군’이다. 새로운 가족의 성이 ‘팬’씨고 그 집의 별난 두 아들의 이름이 ‘돌’이와 ‘군’이다. 

 

돌이와 친하게 잘 지냈다는 군이는 사실 돌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돌이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먹는 것은 무지 좋아함에 분명하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 녀석이 밥은 다 먹어 치운다. 그리고 결연하게 말한다: “아줌마, 자꾸 말 걸지 말고 제 삶에 간섭도 하지 마세요. 그냥 밥만 주세요!”

그렇게 상처입은 커다란 아이가 마음을 주지않던 2015년 11월의 사진을 다시 보니 낯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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