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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Herbs & Recipes/Food Recipes (61)
Sarah’s Daily Bliss
그동안 식욕이 없다는 진도가 은근히 걱정이었지만, 휴일동안 딱히 그 아이를 볼 기회가 없었다. 누군가 '진도가 왔다' 라는 말에 하던 일을 그대로 두고 뛰어 나갔더니 그 아이가 마당을 성큼성큼 걸어다니고 있었다. 어찌 반가운지 따라 다니며 말을 붙여 본다. 지난주에 봤을때 보다 조금은 원기를 회복한 듯도 하다. 그렇게 우리 마당에서 그녀석을 졸졸 따라다니는데, 진도 엄마가 넘어 오신다. 반갑다. 우리는 언제나 처럼 또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진도는 어제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링거 맞느라 거액을 탕진(?) 했단다. 링거 탓인지 아이는 괜찮아 보이는데, 설 전에 도착한 이삿짐 정리가 만만찮은지 얼굴이 핼쓱해지셨다. 그런데도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직접 만드신 치즈 무스 케잌을 들고 나오신다. 그 또한..
조용히 있다가 지난 금요일부터 수선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혹 연세드신 울 엄마가 섭섭해하실까봐 금요일에 미뤄두었던 시장을 보러 나섰다. 가물기만 하던 날씨가 지난주에는 사흘간 연달아 궂기만 했다. 그래도 언제 장보나 연신 농부를 떠보시는 성화에 사람들 틈을 뚫고 이것저것 담는다. 한창을 카트를 밀고 다니는데 전화가 울린다. 언제나 무슨 이름붙은날, 때론 그런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농부의 어머니를 챙기시는 그분이시다. 예전에는 집으로 택배를 보내시려고 주소를 물으시면 거절하다 못해 어정쩡하게 '저도 보낼테니 그럼 주소 알려 주세요'로 응대하다 무승부로 끝나곤 했다. 마침 제주도를 다녀 오신 걸로 알고 있어서 뵙고 싶기도 하던 중이었는데 만나자고 하신다. 명절전이라 '혹시' 하면서도, 민트 갈은 것도 드릴겸 ..
요즘 농부의 뱃속에는 거지가 들어 앉았는지 먹을 생각만 하고 사는 듯 하다. 한동안 입맛이 없더니, 요며칠간은 어찌 먹고 싶은 것이 많은지 집안 식구들이 놀랄 정도이다. 신년도 되기 전에 어제는 떡국 타령을 해서 저녁에 먹었는데, 떡국을 먹으면서 농부는 염치없이 만두 (특히 농부 집안의 전통인 김치만두) 가 먹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신년 휴가때 만들어 먹자는 농부에게 울엄마는 설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그때 해먹자 하신다. 그래도 어릴 떼부터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만사 제치고 해주시는 울엄마는 벌써 만두만들 생각에 맘이 바쁘시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는 또 감칠맛나는 파스타가 먹고 싶어 허기가 지는 기분이다. 분명히 올가을에 회충약도 먹었고 건강에도 큰 이상은 없는데 부끄러울 정도이다. 이런 증상은 일년에 ..
삼한사온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기온차가 큰 날씨에 몸과 맘이 다 피곤하기만 하다. 갑자기 천사의 맘을 가진 것도 아닌데 너무 매서운 날씨에는 세상 온갖 풍경이, 특히 추위에 떨 사람들에 맘이 힘들고 고생스럽다. 그래서인지 뭔가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도 없고 입맛도 잃어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오늘 많이 풀린 날씨를 대하며 새삼 건강해야겠다는 욕구가 마구 생겨 난다.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맘도 추스리며 새로운 희망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잘 먹어야겠다는 맘도 든다. 마침 지난주에 두팩이나 사다 놓은 닭가슴살이 생각난다. 집에 있는 허브들을 이용하여 만들면 달리 뭔가 사지 않아도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을듯 하다. 먼저 잘 먹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
한달 넘게 잘 견딘다 싶던 몸이 며칠전 부터 경고를 계속 해댔는데도 버텼더니 금요일 저녁에는 통제불능이 되고 말았다. 모두 힘들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루도 거르지않고 그들과 함게 호흡하고 싶었는데 부끄러운 농부의 체력이 들통나고 말았다. 매일 두끼를 밖에서 먹자니 짧은 입은 더 짧아지고 온갖 먼지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 보니 눈코입 모두 총체적인 부실을 가져 온다. 신선한 샐러드가 그리워 가까운 피자헛의 샐러드 바를 이용해 보지만 성에 차지도 않는다. 동료들에게 미안하여 점심때 억지로 밖으로 보내고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저녁엔 치킨집을 비롯한 각종 음식을 섭렵하다 보니 영양도 부실해졌다. 혀의 감각이 없어 지더니 급기야는 고열과 더불어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는 저녁을 보내고 ..
마치 올 가을 농부의 글 주제는 노동과 호박에 관한 것처럼 보인다. 53평이나 되는 작지 않은 공간을 손수 꾸미다 보니 엄청난 시간과 노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대도 매일 아침 지친 몸을 일으켜 나갈 수 있는 것은 매일 조금씩 달라져 가는 공간의 매력인 듯하다. 지난 주말에는 윈도우팜이 설치될 창가에 멋진 조명 작업을 하였다. 무려 14 개에 이르는 큰 창에 LED 전구를 사용했더니 그 비용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그 고단함과 큰 비용도 잊은 채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가 생각한 그림대로 진행되고 있음에 대한 보답이었다. 다음달 중순에 많은 분들을 모시고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야호호호... 암튼 공사땜에 절절 매는 농부를 보고 불쌍했던지 오늘은 울엄마가 식료품 창고에 고이 얹어져 있던 늙은 ..
농부는 어릴적에 가을만 되면 호박죽을 끓여서 싫다는데도 억지로 먹이려고 애쓰는 엄마가 은근히 싫었다. 원래 달짝지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뭔가 익숙치 않은 맛에 가을이면 은근히 걱정이 되곤 했다. 그렇지만 의지의 한국인 어머니인 울 엄마는 가을마다 연례행사로 늙은 호박을 탐내셨다. 그런데 그렇게 맛없는 것으로만 알았던 농부에게 호박의 진가를 알게 해준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호박 파이와 호박 우유(?) 이다. 호박 파이는 추수감사절에 미국 가정에서 칠면조와 함께 꼭 준비하는 음식중 하나인데, 소박한 농가에서 만든 그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농부가 간단하게 이름붙인 호박 우유는 지금도 입맛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 간단히 요기를 떼울 때 매우 좋은 실한 음식이다.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시중에..
일주일간 함께 했던 천사표 친구를 보내고 나니 추석이다. 어제 기차를 태워 서울로 보내고 나니 집에는 또다른 손님들이 들이 닥쳤다. 나름 준비해온 랍스터와 해물, 그리고 망고 등으로 이미 한차례 식탁을 어질러 놓고, 연이어 극성스런 울 엄마의 파전과 잡채 등이 또 자리를 잡는다. 지난주 친구를 위한 식탁에도 울 엄마의 각종 음식이 올라 왔는데, 요즘 은근히 재미 붙이시는 것 같다. 솔직, 또 솔직하자면, 울 엄마의 요리 점수는 100 점 만점에 평균 70 점 정도이다. 지난번 잡채는 그런데로 맛이 있었는데 어제 한 잡채는 뭔가 10 퍼센트 부족한 맛이다. 그래도 어찌 많이 하셨는지, 보는 것만으로 슬쩍 질리려고 한다. 그런 눈치를 채셨는지, 당신은 연신 맛있다며 열심히 드신다. 그런 당신 앞에서 농부도 ..
뭐든지 손수 집에서 만들어 쓰고 먹으려다 보니, 제일 손을 대고 싶은 곳이 바로 주방이다. 특히 요즘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어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그리다 보니, 내 맘에 쏙 드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더 많이 든다. 어디 주방뿐이겠는가? 지난 겨울부터 동네(?) 를 산책하면서 집에 들인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과장하자면 발디딜 틈이 없다. 개중에 집에 올릴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가죽 소파 2조는 잠시 외부에 두었다 치더라도, 농부의 저녁 산책은 그야말로 재활용 물품에 눈독(?) 이 들은 스쿠르지의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요즘은 빈손으로 돌아 올때면 괜히 섭섭할 정도이다. 그래서 농부는 꿈을 꾼다. 비록 아래와 같은 그림일지라도 주방에 햇볕이 들고 온갖 낡은 ..
많은 분들이 여름을 좋아하시겠지만, 농부에게 있어서는 사계절 중 가장 힘든 계절이다. 여름 햇볕에 용감하게 맞서면 어김없이 피부는 뱀이 허물 벗듯 하얗게 벗겨지며 벌게지고, 눈은 토끼의 그것처럼 빨갛게 변한다. 그래서 무지 촌스럽게 SPF 가 상당히 높은 썬크림을 온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모자나 양산을 들고 외출을 해야 한다. 배우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 썬글라스도 필수 아이템이다. 그래서 거리에 마주치는, 갈색 피부에 햇살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걷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부러운 게 사실이다. 어찌 보면 농부의 탈을 쓴 도시인의 모습이 적나라한 표현이지 싶다. 농부가 여름을 기피한다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여름 내내 농부는 가을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렇게 긴 목을 더 길게 뽑고 기..